‘북한이 철원을 공격하는 날’ 시나리오

  • 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7일 14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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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10월호/특집 | 충돌위기 이후 한반도]
北 방사포에 南 포병·보병 희생 전투기 미사일로 도발원점 분쇄
● 백마고지 무차별 포격…5포병여단 응전
● 동해에선 北 잠수함 어뢰로 호위함 타격
● F-4E 팝아이 미사일, 北 5군단 사령부 관통
● 확전 망설이던 평양, 고위급 회담 제안

8월 4일 1사단 지역의 목함지뢰로 시작해 28사단 지역의 포격으로 이어진 북한의 도발은 치밀하고 교활했다. 감시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우리 장병들이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에 지뢰를 묻어놓아 결정적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 또한 6포병여단의 아서K 대포병레이더가 탐지하기 어려운 14.5㎜ 기관총탄 한 발을 쏴 우리 군의 반응을 떠본 다음, 산 너머의 대포병레이더에서는 보이지 않는 직사화기로 3발의 포격 도발을 감행해 또 한 번 결정적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북한의 의도와 달리 아서K 레이더가 14.5㎜ 기관총탄 한 발을 ‘경로켓’으로 판단해 궤적을 잡아냈다. 28사단 GOP(일반전초)의 TOD(열상감시장비) 감시병은 폭발 소리를 듣고 신속하게 TOD를 돌려 화염을 포착했다. 북한의 의도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도발은 천안함 폭침처럼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동시에 포격에 반격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게 해 국군 수뇌부를 궁지에 몰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일련의 작전을 치밀하게 계획했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우리가 반격한 후 곧바로 48시간 최후통첩을 하고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황을 선포해 위기를 고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통일전선부장 김양건의 이름으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이 정도 규모의 작전은 일선 지휘관의 충성경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김정은이 결재한 국가 차원의 치밀한 작전이라고 봐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 군은 남남갈등이 일어나기를 바란 북한의 의도와는 달리 목함지뢰 도발을 구실 삼아 역공(심리전 방송)을 펼쳤다. 포격 도발은 국군의 10배 응징 천명 등으로 오히려 국민을 뭉치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제한된 지역’ ‘제한된 수단’

국군의 반격 이후 북한은 심리전 방송 중단을 이끌어내고 추가로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준전시상황을 선포하고 외형적으로 전면전 징후로 보일 단계적 조치를 취해나갔다. 전방지역의 포병전력을 2배 증강하고 포들을 주둔지가 아닌 사격진지로 이동시켰다. 공기부양정이 남하해 서해 5도를 긴장하게 하고 저공침투수단인 AN-2기와 헬기를 출격 대기시켰다.

압박은 잠수함 50여 척의 출항에서 정점을 찍었다. 국방부는 ‘전면전 징후’라는 말을 꺼내면서 상당수 국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공기부양정, 헬기, AN-2, 일부 소형잠수함 등은 전면전 이전에 북한의 특수부대를 우리 후방에 침투시키는 이동수단이다. 개전 이전에 특수부대는 후방지역에 침투해 각종 테러를 통한 혼란 야기, 보급로 차단, 포병부대에 대한 사격좌표 전송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은 특수부대 이동수단을 기동시켜 ‘전면전 개시 D-’라는 사인을 주려 한 것 같다. 후방에 침투한 특수부대가 보내는 좌표에 따라 2배 증강된 포병으로 궤멸적인 공격 준비 사격에 들어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만약 고위급회담이 결렬되고 김정은이 발끈해 준비한 공격자산을 가동해 포격전 또는 다른 방향에서 예기치 않은 제3의 도발을 감행했다면 국군의 준비 태세나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국지전 또는 그 이상으로 상황이 확대될 수 있었다. 전방의 지휘관 몇몇과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그래 와라! 기왕 올 거면 내게 와라!”라면서 임전 의지가 충만해 있었다.

국지전은 전면 전쟁을 회피하면서 제한된 지역에서 제한된 수단으로 벌이는 전쟁을 일컫는다. 피아(彼我)간 한두 개 사단씩 맞붙는 소규모 전투뿐 아니라 휴전선의 모든 전선에 걸쳐 일제히 전투를 치르는 상황도 국지전일 수 있다. 북한의 오판으로 국지전이 일어났다면 국면이 어떻게 전개됐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결과를 예상하려면 먼저 북한군의 전력을 살펴봐야 한다.

기갑전력은 용호상박


국군이 병력을 52만 명 규모로 줄여나갈 예정인 것과 반대로 북한은 병력을 더욱 확대한다. 증강하는 병력 대부분은 특수부대다.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군 특수부대 규모에 대해 “지정된 임무(designated mission)를 수행하는 병력이 6만 명에 달하고 나머지 14만 명은 경보병부대”라고 증언했다. 이 말을 해석하면 후방지역에 침투해 특수작전을 하는 진정한 의미의 특수부대는 6만 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경보병부대는 이라크 저항세력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이 산악 및 도심 지형을 이용해 소규모 병력으로 미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을 떠올리면 된다. 산악 및 도심에서 게릴라전을 수행하는 경보병부대가 14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8월 23일 연평도 앞 기지에 해군 고속정이 정박해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진 8월 23일 연평도 앞 기지에 해군 고속정이 정박해 있다.

북한은 2005~2012년 구형 전차 400대를 도태시키고 신형 전차 900대를 양산해 전차 보유량을 500여 대로 늘렸다. 북한이 새로 전력화한 전차는 115㎜ 활강포를 갖춘 폭풍호와 125㎜ 활강포를 갖춘 선군호 두 종류다. 이 전차들은 구소련제 T-62 전차의 개량형에 지나지 않은 천마호와 달리 포탑과 차체를 완전히 바꿨다. 파괴력이 더욱 향상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주포와 대전차 미사일, 지대공 미사일을 실었으며, 반응장갑을 장착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모두 향상된 것으로 평가된다.

산악 및 도심 지형이 주를 이루는 한반도 특성상 이라크 전쟁 등에서 나타난 전차 간의 장거리 포격전보다는 500~1000m 안팎의 단거리에서 전차전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북한군 전차가 국군의 K-1 전차를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 국군 전차가 달리면서 사격하는 능력이나 야간전 능력 등 여러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북한도 신형 전차를 900여 대나 생산했기에 국군의 기갑전력이 북한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전차 전력과 함께 북한 기계화 전력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것이 수륙양용장갑차다. 경전차(Light Tank)로 분류되는 PT-76/85 계열 장갑차가 그것이다. 북한은 이 장갑차 600여 대를 보유했다. 보병사단 전차대대에서 운용하는 이 경전차는 76㎜ 또는 85㎜ 주포를 탑재해 강력한 공격력을 갖췄으며, 물에 떠서 하천을 건널 수 있어 기동전을 수행하는 공격부대에 대단히 유용하다. 임진강과 한탄강을 신속하게 돌파할 때 사용할 장비인 것이다. 이 경전차는 보병부대와 함께 전진하면서 화력을 지원한다. 한국군의 모든 장갑차량을 파괴할 수 있는 화력을 갖춰 남침 작전을 감행할 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군 주력 전투기 F15K
공군 주력 전투기 F15K


여의도 3배 면적 초토화


북한은 4500문이 넘는 자주포를 보유했다. 전체 보유 화포의 절반 이상이 자주포다. 북한은 국군의 대포병전에 대비해 전방 포병진지 대부분을 갱도진지로 구축해 기습적으로 포문을 개방하고 사격을 실시한 후 다시 갱도진지로 숨어들어가는 전술을 채택했다. 또한 공습과 대포병 사격 등에 대비해 장사정포 주요 전력을 산 북사면 갱도진지에 배치해 국군이 공격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군이 북한군의 장사정포에 대비해 구비한 신형 자주포와 유도폭탄 등을 무력하게 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을 겨냥한 장사정포 전력은 240㎜ 방사포 200여 문, 170㎜ 자주포 140여 문이다. 이들은 임진강 하류에 위치한 평화리, 월정리 등의 갱도진지에 배치돼 있다. 최대사거리 54㎞ 수준인 170㎜ 자주포는 파괴력이 약해 큰 위협이 되지 않지만, 방사포 전력은 대단히 위협적이다. 240㎜ 방사포는 최대사거리가 60㎞ 수준으로 가평-남양주-과천을 잇는 선까지 포격이 가능하며, 1회 일제 사격의 포탄 양이 최다 4000여 발에 달한다. 파괴 면적은 25.92㎢로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사정거리 200㎞가 넘는 300㎜ 방사포를 개발한 것은 충격적이다. 기본적으로 방사포는 명중률이 다소 낮은 대신 높은 파괴력을 가진 로켓탄을 대량으로 퍼붓는 개념의 무기 체계다. 북한이 수원, 오산, 원주, 강릉, 충주, 청주, 서산 등에 위치한 공군기지에 신형 방사포로 대량 포격을 퍼붓는다면 이들 공군기지는 상당한 시간 동안 임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한국군의 방어작전 수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다.

한국 해군은 세계 최대의 이지스 구축함으로 평가받는 세종대왕급 3척을 비롯해 12척의 구축함을 전력화했고, 기관포 무장 위주이던 소형 고속정을 함포와 미사일을 장착한 고성능 유도탄고속함으로 대체하면서 상당 수준의 질적 향상을 이뤘다는 평가를 듣는다. 북한은 보유 함정들의 심각한 노후화로 인해 적지 않은 전투함이 퇴역했지만, 2000년대 이후 76㎜ 함포 등을 장착한 신형 전투함을 속속 건조하면서 현대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북한 해군의 수상함은 한국 해군의 맞상대가 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판단된다.

문제는 잠수함 전력의 열세다. 북한은 최소 70여 척의 각종 잠수함을 보유했는데, 이 가운데 주력은 만재배수량 1700t인 로미오급 잠수함 19척이다. 로미오급 잠수함은 부산·울산·포항·광양 등 무역항에 기뢰를 부설할 수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U보트처럼 상선을 무자비하게 격침시킬 수도 있다. 덩치가 작은 상어급이나 연어급 잠수정은 특수부대의 후방 침투 때 주로 사용하며 때로는 기뢰전이나 어뢰를 통한 공격 임무도 수행한다.

北 탄도미사일 압도적 우세

북한 공군 전투기는 820대 정도로 알려졌는데, 질적으로는 한국 공군에 절대 열세다. 우리 공군은 한반도 전역을 감시하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 E-737 4대를 운용하며 4세대 전투기 F-15K 60대와 F-16 계열 전투기 170여 대를 보유했다. 국군의 4세대 전투기에 대항할 북한 전투기는 20대가 채 안 되는 MIG-29뿐이어서 개전 후 휴전선 아래로 내려와 폭격할 능력을 갖춘 전투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국군 전투기는 미군의 도움 없이는 북한 영공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 북한은 6 · 25전쟁 때 미 공군의 공세에 당한 악몽과도 같은 기억 때문에 방공 전력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서해안 지역인 황해도 일대와 동해안의 강원도 일대에 사거리 250㎞에 달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SA-5를 배치했으며, 20개 안팎의 주요 거점에 사거리 40㎞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SA-2 기지를 건설했다.

이에 더해 사거리 18㎞ 수준의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도 대량으로 실전배치했다. 북한의 반(反)항공군과 육군은 1만 기 넘는 보병 휴대용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며 비슷한 숫자의 대공포 전력도 갖춰 세계 최대 밀도의 복합 방공망을 자랑한다. 한국 공군은 대단히 조밀한 북한의 방공망을 제압하는 데 필요한 전자전기나 SEAD(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 · 적 방공망 제압) 전용기가 없기 때문에 미군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북한 상공에서 자유롭게 작전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탄도미사일 전력은 전통적으로 북한이 강세다. 미국 국방부는 2013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KN-02 단거리 미사일 및 스커드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100여 대, 노동 미사일과 무수단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각각 50여 대를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4개의 미사일 제조 공장과 12개의 고정 발사기지를 운용하며 800여 발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한다.

북한의 미사일은 발사차량 수가 많고 각지에 분산된 데다 기습적으로 운용되기에 탐지하고 대응하기가 어렵다. 북한은 보유한 미사일의 명중률이 형편없이 낮아 보완책으로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하거나 1개의 표적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전술을 채택했다.

요약하자면 북한은 육군 전력에서 소폭 우세, 탄도미사일 전력에서 압도적 우세다. 반면 한국군은 공군과 해군 전력에서 우세다. 다만 공군의 경우 미군 도움 없이 북한 상공으로 들어가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고, 해군은 잠수함 전력에서 다소 불리하다.

왜 철원인가

북한이 제한적 국지전을 감행한다면 경기도와 인접한 강원도 철원 지역을 겨냥할 소지가 크다. 북한은 서부전선 북쪽에 2군단, 중부전선 북쪽에 5군단, 동부전선 북쪽에 1군단을 배치해놓았다. 국군도 가장 강력한 전력은 경기도 북쪽에 집중돼 있고, 두 번째가 철원지역이다.

인구밀도가 높은 경기도 북쪽에서 북한군 2군단이 국지전을 감행한다면 상당수의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면전으로 상황이 비화할 공산이 작지 않다. 반면 강원도 지역은 북한군의 포병전력이 크게 강하지 않은 데다 험준한 산악지형의 산봉우리에 걸려 포탄을 원하는 곳에 착탄하기 어렵다. 6 · 25전쟁 때 서울을 향한 북한의 중요 진격축선에 있는 철원을 겨냥한 공격은 서울시민에게 공포감을 주면서도 적당히 떨어져 있기에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철원 일대의 국군 전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북한군과 마찬가지로 한국 육군도 5군단이 철원 지역을 담당한다. 5군단에는 철책사단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3보병사단 백골부대, 제6보병사단 청성부대가 있고, 예비사단으로 제8기계화보병사단이 후방에 버티고 있다. 또한 기동부대로 제1기갑여단이 있고 육군 최대 포병부대인 제5포병여단이 대화력전을 준비한다.

국지전은 주로 포격전으로 전개될 소지가 큰데, 포병전력만 본다면 3사단과 6사단은 취약하다. 사단 별로 최대 사정거리가 11㎞에 불과한 M-101105㎜ 견인포 3개 대대가 있는데, 각 대대가 연대 하나씩을 지원하고 155㎜ 자주포 1개 대대가 사단 전체를 지원한다. 3사단과 6사단의 포병 화력은 이 정도에 그치지만, 후방에는 8사단의 K-9자주포 대대와 5포병여단의 K-9자주포에 더해 세계 최강의 다련장 로켓인 M-270 MLRS 20여 문이 버틴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28사단이 반격한 29발의 포탄에 대한 보복으로 북한군이 철원 오성산 지역 후방으로부터 6사단이 방어하는 백마고지 근처의 아군 GP(전방감시초소)를 향해 240㎜ 방사포를 동원해 무차별적 포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 지역은 관광객이 많아 포격 소리와 화염 등으로 공포감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공격에 즉시 응징을 결정하고 제3야전군사령부 지휘 아래 5군단이 반격에 나설 것이다. 아군 GP의 피해 상황을 확인한 5군단은 30분 후 5포병여단의 K-9자주포 3개 대대 54문을 동원해 북한이 공격한 양의 10배에 해당하는 포탄을 발사해 오성산 지역 북한군 GP 1곳과 포격 원점인 240㎜ 방사포 진지를 초토화한다.

전의 꺾인 北 5군단장


북한군은 5군단의 122㎜ 방사포, 240㎜ 방사포, 152㎜ 자주포 등을 동원해 국군 3사단과 6사단의 포병진지를 무차별 타격하기 시작한다. 3사단과 6사단의 포병진지 중 콘크리트로 지붕을 덮은 유개호 진지는 상대적으로 무사하지만 노천의 무개호 진지에서 사격을 준비하던 105㎜ 포병 병사들이 희생을 당한다. 콘크리트 지붕이 없는 진지에서 방탄복도 제대로 못 갖춘 병사들이 북한군 포탄 파편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북한의 포격에 대응해 국군 3사단과 6사단이 1개 대대씩 보유한 155㎜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최고 발사속도로 포격을 실시한다. 동시에 5포병여단의 대포병레이더들은 쉴 새 없이 우리 측에 떨어진 북한 포탄들의 포격 원점을 파악해 지휘소에 전송한다. 5군단 지휘소는 5포병여단 예하의 자주포 대대들과 8사단 예하 4개의 155㎜ 자주포 대대에 표적을 제공해 대대적 반격에 나선다.

합참은 확전에 대비해 주한미군에 괌에 대기 중인 3대의 B-2A 스텔스 폭격기의 출격을 요청한다. 또한 미군 7공군과 주일 미 공군의 작전대기 준비를 요구한다. 더욱 강력한 응징을 위해 대구기지에서 출격한 F-15K 전투기 4대와 청주기지에서 출격한 F-4E 팬텀 전투기 2대에는 지휘세력과 지원세력에 대한 타격을 지시한다. 4대의 F-15K 전투기 중 2대는 사정거리 270㎞의 SLAM-ER미사일을 2발씩 장착했으며, 나머지 2대는 2000파운드 JDAM 정밀유도폭탄 2발씩 실었다.

또한 F-4E 팬텀 전투기들은 AGM-142 팝아이 미사일을 각각 1발씩 장착하고 이륙한다. 먼저 2대의 F-15K 전투기가 휴전선 근처 20㎞까지 접근한 뒤 각각 2발씩의 JDAM 폭탄을 북한군 GP들을 향해 날려 보낸다. F-15K는 최대 7발까지 JDAM을 동시에 다른 표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데, 2발씩만 유도했기에 아주 정확하게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 엄청난 위력의 충격파를 낸다. 이 공격으로 적 GP 4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공격에 덧붙여 선회하던 F-15K 2대가 오성산 뒤쪽의 북한군 포병사격지휘소 4곳을 향해 SLAM-ER 미사일을 발사한다. SLAM-ER 미사일은 시속 900㎞의 속도로 날아가 오성산을 돌아 뒤쪽에 숨어 있는 북한군 지휘소를 향해 돌진한다. 미사일은 목표물 수㎞ 전방에서부터 카메라를 통해 표적을 F-15K에 전송하고 조종사는 카메라 영상을 보며 정확하게 미사일을 유도해 북한군 지휘소 4곳을 폭파시킨다.

마지막으로 F-4E 전투기들이 양평 부근의 상공에서 북쪽을 향해 각 1발의 AGM-142 팝아이 미사일을 발사한다. 관통탄두를 장착한 사정거리 100㎞의 팝아이 미사일은 정확하게 북한군 5군단과 3사단 사령부의 벽을 관통한다. 이 공격으로 북한군 5군단장 장정남은 전의가 크게 꺾이고 만다. 지하벙커에 있어 목숨은 건졌지만 폐쇄회로를 통해 본 미사일의 위력과 연이어 올라오는 피격 보고에 어쩔 줄을 모른다.

잠수함을 어이할꼬


서해의 공기부양정 움직임과 북한 공군의 내습에 대비해 서산기지에서 KF-16 전투기 20대가 이륙해 서해 상공을 선회한다. 공군의 폭격으로 철원의 포격전이 잦아들 무렵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초계 중이던 해군 1함대 소속 2000t급 호위함을 향한 어뢰 공격 경보가 울린다. 북한군이 8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50여 척의 잠수함을 기동했는데, 그중 1척이 한국 해군 호위함 근처 5㎞까지 접근해 어뢰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호위함은 가스터빈 엔진을 가동해 최고속도인 30노트로 가속해 어뢰를 떨쳐버리려 노력한다. 어뢰기만장치인 닉시(Nixie)를 가동해 따돌리려고도 하지만 어뢰는 결국 함의 스크루 부분에 와서 폭발한다. 천안함 때처럼 함의 중앙 아랫부분에서 정확하게 폭발하지 않았기에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은 면했으나 기관실에 근무하던 장병들이 목숨을 잃고 기관이 정지돼 표류하기 시작한다. 1함대 사령관은 잠수함의 2차 공격을 방지하고자 P-3C 대잠초계기를 급파해 엄호를 지시했으며 1함대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을 신속히 현장으로 보내 호위함을 예인한다.

어뢰 공격에 분노한 합참은 F-15K 전투기 4대를 동원해 북한 최대의 잠수함 기지인 마양도 폭격을 명령한다. 대구에서 F-15K 4대가 각각 2발씩의 SLAM-ER미사일을 장착하고 이륙한다. 동시에 충주기지에서는 KF-16 4대가 F-15K를 엄호하고자 공대공 무장을 장착하고 이륙해 합류한다. 이들 KF-16 중 1대는 ALQ-200K 전자전포드를 장착하고 원산에 위치한 북한군 SA-5미사일의 레이더를 교란한다. 전자전포드의 교란과 저공비행을 통해 SA-5미사일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마양도 150㎞까지 접근한 F-15K와 KF-16 공격편대는 SLAM-ER미사일 8발을 일제히 발사한다. 미사일들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북한군의 요격을 어렵게 만들며 마양도로 쇄도한다. 이로써 마양도 기지의 모든 건물과 수리 중이던 잠수함들이 사라졌다.

전면전 발발을 억제하기 위해 괌에서 이륙한 B-2A 스텔스폭격기 3대는 오키나와 근처까지 접근했다. 일본 미자와 기지에서 이륙한 주일 미 공군의 F-15C전투기 16대는 독도 근처에서 시위 기동 중이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서 이륙한 미 해병대의 F/A-18 전투기 16대는 제주도 근처에서 시위 기동을 한다. 북한군 지휘부는 전면전에 나설 경우 미 공군 전력에 의해 일시에 대공미사일 기지들이 격파될 것을 잘 안다. 평양은 더 이상의 확전을 결심하지 못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전통문을 보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다.

아군 보병 피해 클 듯

여기까지 서술한 것은 필자가 구상한 시나리오다. 상당 부분을 국군에 유리하게 전개했는데도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전방 무개호 진지 포병 병사들의 대규모 희생과 북한 잠수함에 의한 군함 피격이 대표적이다. 시나리오에서는 북한군이 우리 포병을 향해서만 공격했다고 썼지만, GOP 등 보병부대를 향해 포격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이번 북한의 포격 도발에서 비롯한 고위급 접촉에서 평화적 결말을 도출한 것은 지극히 잘한 결정이다. 국지전이 벌어졌더라도 승자는 국군이 됐을 확률이 높지만, 우리 장병의 희생을 피할 수는 없다.

북한이 8월을 도발 시기로 선택한 까닭에는 미군 전력의 공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태평양을 관할하던 미 7함대 조지워싱턴 항공모함이 장기 수리를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돌아갔다. 로널드레이건 항공모함이 7함대로 와 임무를 교대해야 하는데,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던 날 이 항공모함은 샌디에이고에서 임무 교대식을 했다. 로널드레이건은 9월 말이 돼서야 일본에 도착한다.

또한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미 해병대의 4만t급 강습상륙함 본험리처드는 사이판의 태풍 피해 구호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한반도 주변 서태평양에 미군 항공모함이 단 한 척도 없었던 것이다. 일본 가데나 기지에 전개된 F-22전투기도 미국으로 귀환한 상황이라 미군의 전략적 자산이 일시적으로 공동화한 때였다.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한미연합방위체제를 일신해야 한다. 미군 항공모함 등이 동북아시아를 비울 때는 대체 전력을 반드시 확보할 것과 합참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 안이한 부대 운용이 한반도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미군에게 확실히 주지시켜야 한다. 한반도의 전쟁 억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미국의 의무다. 그 의무를 이행하기 싫어하거나 미진하게 행동하면 그 권리도 포기해야 한다.

국군은 추후의 도발에도 단호하고 강력한 응징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북한은 결코 쉬운 문제를 출제하지 않을 것이다. 천안함처럼, 목함지뢰처럼, 대포병레이더에 안 잡히는 평사포처럼 교활한 작전을 통해 국군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낼 것이다. 소형 무인기를 통한 생화학무기 살포, 사이버 공격, 은밀한 특수작전을 통한 전방지역 GP 공격, 전방 지휘관 암살 등 주체와 원점이 실시간으로 파악되지 않는 도발을 할 공산이 크다.

도발 억제가 교류·협력 명분

우리는 북한의 도발에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 천안함 때처럼 보복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몇 달이 지났더라도 반드시 몇 배의 보복을 해야 한다. 그런 실행의지를 가져야만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북한의 포격 도발에서 비롯된 군사적 충돌 위기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었다. 국론 통일과 국민의 안보 의식, 국군의 강력한 임전 태세와 실행 의지가 도발을 멈추게 한 것이다. 필승의 확신이 있던 터라 국론이 통일된 점도 있다.

국군은 전력 증강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부족한 점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국지전이 발생하면 대량 피해가 예상되는 포병 진지의 유개화 작업을 실시하고, 잠수함 50척 기동에 모골이 송연하던 기억을 잊지 말고 대(對)잠수함 전력 확충에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북한이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만 남북 간 교류, 협력이 지속될 명분을 가질 수 있다. 그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통일은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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