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박기춘 구속 막으려고 불체포 특권 안 고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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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처리를 놓고 국회 내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박 의원은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로부터 현금과 명품 시계 등 모두 3억58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원 사이에 “박 의원이 범죄 사실을 시인했고 도주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국회 무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리 의원을 감싸는 ‘방탄 국회’의 고질병이 도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박 의원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직자 부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던 올해 2월까지도 비리를 이어 갔다. ‘제왕적 국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부패를 일벌백계로 다스리기 위해서도 엄중한 사법 처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 처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은 박 의원 체포동의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지 회의를 갖게 만든다. 여야는 지난해 철도부품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이후 비난이 쏟아지자 체포동의안이 72시간 내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6개월 동안 상정조차 하지 않더니 지난달 9일 새정치연합 측 요청에 따라 처리를 다시 미뤘다. 박 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야당이 시간 끌기에 나선 게 아닌지 의문이다. 새정치연합은 박 의원 체포동의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지체 없이 통과시켜 자신들이 강조하는 ‘정치 혁신’이 빈말이 아님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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