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의혹 KT&G 민영진 사장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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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때 취임, 연임에 성공… 임기 7개월 남기고 전격퇴진
檢, 자금흐름 광범위하게 조사

민영진 KT&G 사장(57·사진)이 임기를 7개월 남겨두고 스스로 물러났다.

29일 KT&G는 “민 사장이 이날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대표이사 사장직에 대한 사의를 밝히고 후속 사장 인선 절차에 착수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사임의 구체적인 이유는 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KT&G의 전신인 전매청 출신으로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취임한 뒤 2013년 연임에 성공해 6년째 재임 중이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민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김석우)는 민 사장의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주변 자금 흐름을 광범위하게 조사 중이다. 검찰은 민 사장이 2010년 사장에 취임해 건강기능식품전문업체 KGC라이프앤진을 인수한 뒤 90억 원대 광고 계약을 몰아주는 등 자회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사장은 재임 중 자회사인 소망화장품과 바이오벤처기업인 머젠스(현 KT&G생명과학)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민 사장의 지인과 KT&G 임직원들의 계좌 추적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 소환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민 사장의 횡령 혐의가 확인되면 민 사장이 2013년 연임에 성공한 과정 등에 이명박 정부의 유력 인사들이 관여했는지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민 사장은 앞서 2013년에도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면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수십억 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가 지난해 8월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민영화된 공기업인 KT&G는 국민연금(7.05%)과 기업은행(6.93%)이 1, 2대 주주다. 민 사장은 재임 기간에 주력인 담배사업의 수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렸지만 그가 주도해 인수한 소망화장품이 자본잠식상태에 빠지고 예본농원 설립을 통한 종묘사업 진출도 실패하면서 신사업 부문에선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황태호 taeho@donga.com·조건희 기자
#비자금#민영진#k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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