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평가 대입 반영 반년만에 없던 일로

  • 동아일보

교육부 “인성전형-점수화 금지… 관련 자격증 자소서 기재 안돼”

교육부가 21일부터 시행할 예정인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이 시행 전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부는 대입전형에서 인성 관련 내용을 반영토록 하겠다는 올 초의 입장을 완전히 뒤집고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인성교육의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함량 미달의 인성교육 강사가 난립할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14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을 통과시키고 21일 공포 및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행령에 따르면 2017년부터 교대,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은 교직이수과목이나 교양, 전공 중에 인성과목을 반드시 개설해야 한다. 또 5년마다 교육부 장관이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만들고 모든 초중고교 교사들은 1년에 4시간 이상 인성교육 연수를 받아야 한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대입 반영 여부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 개개인의 인성을 점수로 평가할 계획은 없다”며 “대입에서도 인성 부분을 독자적인 전형으로 만들거나 점수화해서 반영하는 것은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인성교육이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낳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학, 교육청과 협력해 부작용을 최대한 막겠다”며 “학생이 인성 관련 민간 자격증을 따도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에 기재할 수 없고 대입에도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1월 교육부가 “교대와 사범대를 중심으로 인성평가를 내실화하고 입학전형에서 인성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정반대이다. 일각에서는 인성평가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자 교육부가 사실상 인성평가 확대 방침을 접은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날 공개된 시행령은 다른 부작용도 예고했다. 특히 인성교육 전문가 양성에 대한 부분이다. 교육부는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공익법인 중 인성교육 전문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관에서 양질의 인성교육 전문가를 배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자격증’이 아닌 ‘수료증’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즉 정해진 과정을 이수만 하면 자질을 갖췄는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인성교육 전문가’ 타이틀을 따고 학교에서 강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수강료만 내고 과정을 마치면 누구나 효도 전문가, 배려 전문가, 공동체생활 전문가 등이 될 수 있다는 뜻인데, 함량 미달의 강사가 난립할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배출되는 강사들이 과연 인성을 가르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성교육진흥법 자체에 대한 비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시행령을 공개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칠지, 기존의 윤리 도덕과 인성교육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수십억 원 규모의 인성교육 지원예산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그 많은 예산이 투입된 교육정책이 아직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실체도 모른다면 문제”라며 “인성이라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영역을 법으로 만들어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성교육 강화는 지난해 2월 13일 경기 안산시 서울예술대에서 열린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위해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처음 논의됐다. 이후 4월 세월호 참사를 거치며 5월 정의화 국회의장(새누리당)이 “세월호 참사로 윤리와 도덕이 붕괴된 현실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성교육진흥법을 대표 발의했고 12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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