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無오류의 오류’에 빠진 朴… 과거 행적, 부메랑 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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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탓만 하는 정치권/朴대통령 여야 비판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쏟아낸 ‘6·25 말 폭탄’은 국정 최고 책임자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위헌 시비가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여야 정치권이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별다른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15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야당 대표 등을 지냈기에 현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자신만이 ‘신뢰와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선언과도 같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 역시 과거와 달라진 대목이 적지 않다. ‘무오류의 오류’에 빠지는 순간 자신의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박 대통령은 국회에 입성한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 국회법 개정안 발의에 찬성했다. 당시 법안을 보면 국회 상임위원회가 시행령 수정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하면 해당 부처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돼 있었다.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수정·변경을 요청하면 이를 처리해 결과를 보고한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과거 박 대통령이 찬성한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가 정당한 이유를 따지도록 해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했지만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일체의 재량권을 인정하지 않아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행령을 수정할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자연히 여야 합의로 수정을 요청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의 무차별 ‘연계 전략’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이끌던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규칙이 과반수에서 5분의 3 이상으로 바뀌면서 국회 운영의 키를 야당이 쥐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만 해도 △국가지도자 연석회의 구성 △기회균등위원회 설치 △대탕평 인사 등을 공약해 상생의 정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 분야 공약은 제대로 실행된 게 없다.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지금까지 딱 한 번 만났다. 당시 새정치연합이 ‘회동 정례화’를 약속했다고 발표하자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여당을 계속 압박했다. 시한에 쫓기면서 여당의 협상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당의 협상 전략 부재만을 탓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정부를 도와주지 않는 여당에 대한 섭섭함을 강하게 토로했다. 하지만 2010년 이명박 정부는 박 대통령의 반대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사실상 레임덕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직접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토론을 하면서 “어느 한쪽은 국익을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표를 생각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우리 앞에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많이 놓여 있다. 모두 힘을 모아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고 말했다.

‘거부권 정국’을 풀 열쇠는 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익을 위해 정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마지막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오류#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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