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자칫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일본 성장전략 주요 내용 및 시사점’ 보고서와 관련해 ‘지금처럼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하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는 일본과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이 공공개혁을 포함한 경제정책의 사령탑인데도 마치 제3자가 논평을 하는 것 같다.
작년 7월 ‘실세 부총리’의 취임 이후 그의 성을 딴 ‘초이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으나 아직도 가시적 성과는 없다. 수출은 4개월 연속 내리막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다. 어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5%에서 3.0%로 하향 조정하면서 “구조개혁 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거나 통화·재정정책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을 풀어 내수 활성화를 하겠다는 초이노믹스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반면 최 부총리가 1년 전 ‘끝장 대책’이라며 혹평한 아베노믹스를 기반으로 한 일본 경제는 회복세에 들어섰다. 어제 일본 내각부는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전분기 대비 2.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 예상한 1.6%를 웃도는 수치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올봄 일본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96.7%나 된다는 점이다. 작년 한국 대졸자 취업률은 56.2%였다.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기 위해 쏘아 올린 ‘3개의 화살’, 즉 금융완화 재정지출 구조조정이 최근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지난 2년간 무려 120조 엔을 풀어 국가신용등급은 추락했지만, 공무원은 돌덩어리 같은 ‘암반’ 규제 해제에 나서는 등 정관재(政官財)계 합심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최 부총리는 ‘우리의 구조개혁은 이해집단 간의 갈등 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 등 자신이 풀어야 할 국가적 의제를 정치 평론하듯 말하는 것도 거북한데 부총리마저 닮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바로 경제부총리의 역할이다.
최 부총리는 초이노믹스의 성과를 위해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설익은 제도만 만들어낼 게 아니라 정관재계의 합심으로 여야 소통, 노동계 설득, 국민에의 호소 등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본 다음 이해집단 탓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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