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윤선 수석 사표수리로 청와대 할 일 다한 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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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이 난항을 거듭하는 데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직후인 7일 사표를 제출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야 사표를 수리한 것은 국민연금 연계는 물론이고 여야 합의 과정에서 ‘맹탕 개혁’으로 끝나서도 안 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합의안이 나온 이후에는 개혁의 폭과 속도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수용하는 듯했지만 국민연금과의 연계 처리에는 반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에서 연계 처리에 합의해 놓고도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에서 연계 처리 합의에 대해 사전에 알고도 모르는 체한다고 청와대 쪽으로 화살을 돌렸다. 박 대통령은 여야 합의문 내용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당청 소통 문제에 증세 논란까지 나올 만큼 공무원연금 개혁이 ‘변질’되자 조 수석을 문책한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수석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았고 힘도 실어주지 않았다. 전임 정무수석은 외교관 출신이었고 조 수석은 한 차례 비례대표 의원 외에는 정치 경험이 없는 여성이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한 인사의 대가를 톡톡히 치른 셈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조 수석을 대통령을 대신한 국정 파트너라기보다는 연락관 정도로밖에 보지 않았다고 한다. 조 수석이 사퇴한 것도 역부족을 절감한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조 수석의 사퇴에 놀란 것은 새누리당이다. 새누리당은 당청 갈등을 봉합했다고 여기고 여야 협상의 출구를 찾고 있었다.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연계하지 않는 대신 ‘기초연금 소득 하위 90% 이상 확대’를 연계하자는 새 제안을 들고나왔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조 수석을 사실상 경질함으로써 새누리당 지도부에 국민연금이든 기초연금이든 연계 처리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당청 갈등이 또 불거져선 안 될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이 하라는 숙제는 안 하고 국회선진화법을 이용해 배보다 배꼽이 큰 제안을 번갈아 내놓으며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으니 국민은 속이 탄다. 박 대통령도 조 수석 사표 수리로 할 일을 다했다고 여겨선 안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서라도 개혁다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내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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