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성완종 만난 역술인 “올해, 뿌리 뽑히는 해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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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역술인 A 씨를 찾았다. 검찰 출석을 앞두고 성 회장이 초조해하자 주변의 지인들이 권했다고 한다. 성 회장은 오후 5시경 평소 ‘아버지’처럼 여기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진경 스님(79)과 함께 A 씨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1시간여 동안 사주를 봤다. 성 회장은 신분을 밝히지 않았고 진경 스님이 성 회장의 이름과 사주를 불러줬다고 한다.

동아일보는 21일 역술인 A 씨를 만나 당시 대화 내용을 물었다. A 씨는 “성 회장은 ‘토(土)’의 기운을 지녀 건설업으로 큰 돈을 벌지만 올해는 뿌리가 뽑히는 해라는 사주가 나왔다”며 “올해가 일생 중 가장 대흉한 시기고, 올해 음력 7~8월까지 힘들겠지만 가을까지 극복하면 운이 들어오는 사주였다”고 말했다. 인생 전체적인 사주로 보면 초년에 심하게 고생하다가 중년부터 거부를 쌓는 운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중퇴하고 온갖 역경을 겪으며 자수성가한 성 회장의 인생 궤도와 일치한다.

당시 성 회장에게 사주를 풀어주며 표정을 살폈던 A 씨는 “성 회장이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표정이 아니었고 얼굴에 ‘일이 벌어졌으니 내가 해결을 해야지’라는 자신감이 묻어있었다”며 “내 느낌에 그때까지는 성 회장이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면 뭔가 통하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이어 “성 회장에게 ‘운이 나쁘니 극복을 해야겠다.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어려움을 잘 넘기시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성 회장은 자신의 신분이나 정치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가만히 듣기만 했다고 한다. 1시간가량의 사주풀이를 마치곤 “덕분에 공부 많이 했습니다.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어섰다. 이 역술원의 복채는 원래 7만 원인데 동행한 진경 스님이 주머니에서 1만 원짜리 20장이 담긴 흰 봉투를 꺼내 A 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A 씨는 “나중에 성 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승집 개가 죽으면 줄을 서는데 정승이 죽으면 아무도 안 온다’는 말이 생각나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동재 기자 mo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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