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문화재, 韓紙로 복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요한 23세의 둘레 4m 지구본 대상… 일본 和紙 제치고 한지 첫 채택

이탈리아에 있는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에 소장된 희귀 지구본(사진) 문화재 복원사업에 한국의 ‘한지(韓紙·닥나무 껍질 등으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종이)’가 처음으로 활용된다. 세계 문화재 복원 종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화지(和紙)’를 제친 것이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복원사업은 이달 27일부터 세계적인 문화재 복원 전문가인 넬라 포치의 주도로 시작된다.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 베르가모의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에 있는 둘레만 4m가 넘는 대형 지구본이다. 이 지구본에는 분단 이전 한반도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당시 세계 가톨릭 교구 분포도가 상세히 표시돼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1960년대 가톨릭 수도회인 신언회가 요한 23세에게 선물해 접견실에 두고 활용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공공 외교에 노력을 기울여 이번에 한지가 채택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한지는 내구성이 8000년인 반면 화지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00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진출로 향후 한지가 유럽 문화재 복원시장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면 연간 200만∼300만 유로(약 23억7000만∼35억5000만 원)의 수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외교부는 전망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앞으로 종이 문화재 유산이 많은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에도 한지 진출을 타진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문화재 복원용 종이 국제대회에서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는 발표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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