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협회장 “北 임금인상 요구…공단의 내일이 염려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2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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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비상식적인 부분이 우리를 많이 괴롭혀 왔다. 우리 상식과 달리 북측은 정경일체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이 25일 개성공단기업협회 제10기 정기총회 개회사에서 북한에 대한 답답함을 쏟아냈다. 그는 “당장 3월 임금이 지급될 4월 10일 이후 북한의 임금 지급 인상 요구를 기업들이 들어주지 않으면 어려움이 따라오리라 예상된다”며 “그전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원만히 재개돼 문제가 해결되기를 고대해보지만 그럴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적어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5.18% 인상 등 북한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 통보라는 압박에 직면한 개성공단 입주 기업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 상황이 입주 기업에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단면인 셈이다. 그는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임금인상 요구로 개성공단의 내일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모두 다 밤잠을 편히 못 잘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특히 표면적인 최저임금과 달리 개성공단의 현지 총액 임금은 사실상 베트남 수준보다 높다. 생산성은 (북한) 체제의 특성상 불가피한 일인지 모르지만, 동남아시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실정이어서 기업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9월 말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개성)공단을 위해하겠다고 북한 군부가 발표했다. (그때 생각이) ‘아니, 우리가 뿌리라고 했나, 왜 우리 가지고 그래, 웃기는 놈들이여’라고 생각했는데 한 달 뒤 실제 (그런) 조치로 우리 기업을 어렵게 했다”고도 말했다.

황부기 통일부 차관은 축사에서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요구한 임금) 인상폭이 (남북이 합의한 5% 이내를) 0.18% 초과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0.18%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차관은 “본질은 남북이 합의해 5% 이하로 정하도록 돼 있는 임금 인상폭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협의 구조 변경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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