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볼 사람처럼… 문재인-박지원 ‘막말 전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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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당대표 선출 D-4

“누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통합’은커녕 ‘화해’도 물 건너갔다.”

종반전에 접어든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한 당직자는 3일 이렇게 토로했다. 당 대표 후보인 문재인, 박지원 의원이 공개 TV 토론에서 ‘저질’ ‘반칙’ 운운하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합산 방식을 둘러싸고 문, 박 의원을 돕는 ‘친노(친노무현)’와 ‘비노(비노무현)’ 계파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3일부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자동응답전화(ARS) 투표가 시작됐다. 4일까지 진행되는 권리당원들의 표심은 최종 결과에 30% 반영된다.

‘빅2’인 두 의원은 이날도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이날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하루 전에 룰(규정)을 바꾼 (문 의원의) 반칙 행위에 분노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당 전대준비위원회가 경선 룰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문 의원의 손을 들어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어 박 의원은 “문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계파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도로 새정치연합이 되는 것”이라며 “손학규 안철수 전 대표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겠다”고 덧붙였다. ‘친노 심판론’을 내세워 비노 진영의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전날 한 TV 토론에서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고, 박 의원은 “내일이 투표인데 (문 의원 측이) 규정을 바꾸는 건 저질”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놓고 이전투구라는 지적이 나오자 문 의원은 기자들에게 “당내 싸움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문 의원은 이날 광주에서 박 의원과 ‘원거리 공방’을 이어갔다. 그는 광주시의회 기자회견에서 “(민의가) 왜곡될 뻔했던 룰을 변경한 게 아니라 바로잡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캠프의 김형기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박 후보 측은 대의원 당원들에게 ‘친노 반칙’이라는 인신 비방성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며 유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측은 4일 광주KBC TV 토론에서 일전을 예고했다. 박 후보 측은 “친노 계파정치의 폐해를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했고, 문 후보 측은 “경선 룰을 문제 삼으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맞섰다.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싸늘하다. 전당대회가 갈등을 봉합하는 자리가 아니라 분열의 전주곡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직후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영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을 보고 전대 여론조사에서 ‘지지 의원 없음’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중도 성향의 한 의원은 “전대가 끝나면 계파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며 “신당 창당이나 분당 움직임까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문재인#박지원#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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