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화의 형식 - 틀 바꿔 역제안 해올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통준위 비난하던 北, 대화 응할까
남북, 당국회담 사전교감 없어… 김정은 신년사에 ‘메시지’ 담길듯

북한은 29일 판문점을 통해 대북 제안이 담긴 통일준비위원회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수령했다. 하지만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번 제안에 대한 남북 간 정부 차원의 사전 교감이나 물밑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24일 개성에서 민간 접촉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문제였다.

북한은 그동안 통준위에 대해 ‘흡수통일의 전위부대’라며 강하게 날을 세워왔다. 형식과 틀을 중시하는 북한이 반관반민(半官半民) 형식의 통준위를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준위가 금년에 발족해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활동을 했다”며 “이런 활동 계획을 내년에 북측에 설명해야만 통일 준비라는 의제에 걸맞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정부 내 관련 부처 간 유기적 협력 틀이나 중장기적 전략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은 고위급 회담 재개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할 때이지 통준위의 활동상을 북측에 설명할 때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제의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북측이 어떤 형식으로든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신중하게 북측의 반응을 기다릴 방침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통준위의 성격이 초기와 달리 대북 협력과 교류에 방점을 찍고 있다”며 “북한이 오판만 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제안에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의 내년 1월 1일 신년사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안한 경제 사회적 교류 협력 제안에는 북한이 매력을 느낄 만한 내용도 있다”며 “북측이 대화의 형식과 틀을 바꿔 역제안을 해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북한#대북 제안#통일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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