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남북경색 돌파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0일 03시 00분


정부 ‘남북 당국회담’ 제안
靑과 직접대화 원하는 北 고려해… 대통령 직속 ‘통준위’ 카드 꺼내
민관분야 포괄적 의제 내세워… 北 호응땐 장관급 회담으로 격상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내년 1월 중 남북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류 장관은 “분단 시대를 넘어 통일 시대로 가기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내년 1월 중 남북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류 장관은 “분단 시대를 넘어 통일 시대로 가기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왼쪽은 정종욱 통일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부가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새로운 남북대화 채널로 띄운 것은 꽉 막힌 남북대화에 숨통을 트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남북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화 제의에 대해 “내년 1월 1일에 나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서 제시될 북한의 대남정책을 보고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 전에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남북대화를 주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인 만큼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낼 적기(適期)다. 그래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화 제의가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안의 특징은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민관 합동기구인 통준위를 내세운 점이다. 실제로 대북 제안이나 회담 의제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남북 고위급 접촉 틀에서 거론되던 의제와 별로 다를 것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통준위를 내세워 남북대화의 판을 새로운 틀로 짜면서 북한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내거는 상황에선 남북대화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직접 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희망사항’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묘책이 바로 통준위 카드였다. 통준위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준위 정부 부위원장 자격으로 회담에 나설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통준위를 전면에 내세워 ‘박근혜표 남북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구상과 제안이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남북대화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북한과의 기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제의에 호응하면 후속 대화를 고위급 접촉보다는 장관급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판을 바꾸기로 한 만큼 남북대화의 격 자체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통준위는 이날 남북대화에서 다룰 주요 의제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및 DMZ 생태계 공동 조사 △남북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광복 70주년 맞이 남북 축구대회 및 중·장기적 남북 문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 △보건·영양개선사업, 생활·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추진 및 산림녹화, 생태·환경보전·수자원공동 이용 △통일시대에 필요한 법률과 제도 준비 △나진-하산 사업 등 남북과 국제사회 간 경제협력사업 추진 방침도 밝혔다.

이번 대화 제의 방침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화 제의는 지난주에 결정돼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통준위 분과 위원장들은 직전에 열린 통준위 기획단 회의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당국회담#남북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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