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고소한다더니… 발빼는 김종, ‘폭로’ 이후 모습 감춘 유진룡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靑문건 유출 수사]

김윤종·문화부
김윤종·문화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은 모르고 한 번 인사한 것밖에 없다. 사실과 다르다면 차관직을 사퇴하겠다. 명예훼손으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고소하겠다.”

김종 문체부 2차관은 5일 국회와 언론 인터뷰에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앞서 유 전 장관이 청와대의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차관을 이 비서관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며 그를 청와대의 ‘민원창구’로 지목한 직후였다.

연일 법적 대응을 거론하던 김 차관의 강경한 태도는 일주일이 채 안 돼 180도 달라졌다. 8일까지만 해도 “이번 주 내 고소하겠다”고 벼르던 그는 결국 고소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1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여러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 문체부 차원에서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에 대해 문체부 내에서는 “지금 고소하면 사그라지던 논란만 다시 커진다” “조사 과정에서 유 전 장관이 또 폭탄발언이라도 하면 더 걷잡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직자가 공개적으로 허언을 내뱉은 격인데 애초에 정말 억울해서 명예훼손을 운운한 건지도 의심스럽다.

유 전 장관의 행태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유 전 장관은 서울 광진구 자택에 들어오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취재진이 수십 차례 전화해도 받지 않거나 아예 전화기를 꺼놓고 있다. 그는 논란이 불거진 후 해외로 나갔다가 최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경질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확인해준 것은 유 전 장관이다. 또 이 비서관과 김 차관을 통한 인사 개입도 암시했다. 파문만 일으킨 채 입을 다물고 있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 처음부터 입을 다물든가, 부당한 인사 개입에 용기 내 입을 열었다면 끝까지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를 따르던 문체부 후배들 사이에서도 “이번엔 유 전 장관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솥밥을 먹던 전 장관과 현 차관 간의 폭로와 고소 으름장으로 문체부는 ‘콩가루 부처’소리를 듣게 됐다. “장차관이나 되는 사람들이 변죽만 울린 뒤 사태를 잠재우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는 국민의 지적도 잇따른다.

장차관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국가공무원법(1조)에 나오듯 국민을 위한 봉사자다. 자신에게 유리하고자 말을 내뱉었다가 상황이 변하거나 불리해지면 말을 거둬들이거나 묵묵부답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김윤종·문화부 zozo@donga.com

#김종#유진룡#문체부 인사 개입#청와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