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朴경정, 문건 유출 의심받자 자작극 벌여 靑자체조사 혼선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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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유출된 문건 사진 수십장 이용… 역으로 “상황 심각” 윗선에 보고
박동열 “김춘식, 동국대 총무라 했는데 朴경정이 십상시 총무라고 가공한 듯”



올해 4월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조응천 전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역으로 문건 유출의 심각성을 윗선에 보고하는 등 자작극을 벌였다는 의혹이 9일 제기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A 행정관은 당시 외부로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촬영한 사진 수십 장을 입수했다며 “청와대 내부 문건의 외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 측은 문건 유출 사태가 간단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당시 세계일보가 ‘비위 청와대 행정관 원대복귀’ 기사를 보도하자 청와대 내에서는 박 경정이 작성했던 관련 보고서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박 경정을 문건 유출자로 의심했으나 끝내 유출 경로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는 A 행정관을 조사해 당시의 보고 과정을 확인하고 박 경정에 의한 자작극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도 청와대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정윤회 동향’ 문건의 이른바 ‘십상시(十常侍) 회동’ 정보를 박 경정에게 제보한 인물로 지목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은 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박 경정에게 찌라시에 나도는 걸 일부 얘기한 것도 있고, 일부는 박 경정이 가공을 한 것도 있다”며 자신이 발설자임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검찰 조사에서 “박 경정에게 김춘식 청와대 행정관이 동국대 동문 모임의 총무라고 얘기했는데, 박 경정이 이걸 십상시 모임의 총무라고 가공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그는 “정신이 혼미해서 기억도 잘 안 난다. 내가 부주의한 잘못된 처신을 해서 국민에게 혼란을 줘 고개를 들 수 없다”며 풍문을 박 경정에게 전하는 바람에 이번 파문이 빚어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대학 후배인) 김 행정관은 나에게 십상시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면서 “박 경정은 나한테 그 얘기를 들었다고 하지만 내가 못 나서 말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조응천#박관천 경정#청와대 문건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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