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해결-5·24 해제 빅딜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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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과 대화 불씨 살리기
당국자 “줄게 있으면 적극 고려”… 北도 “고위급 접촉 끝난게 아니다”

남북이 무산됐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시그널을 서로 보내기 시작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인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금강산관광 1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18일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아직 남북 고위급 접촉 국면이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정부 소식통이 7일 전했다. 북측이 우회적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한 신호를 보낸 가운데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5·24조치 해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5일 제주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간 상호 불신을 풀기 위해서는 만나서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남북 대화가 열리면 정부와 북한이 원하는 사안을 기본적으로 다 얘기하게 될 것이고 5·24조치를 풀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 없이 5·24조치를 해제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면서 “생사 확인과 서신 교환 등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인도적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요구사항의 대가로 할 수 없다고 밝혀 왔던 입장과는 달라진 기류를 시사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남북 대화 재개였다. 그는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발휘했는지에 대해 반성할 부분이 있다”며 “남북 관계가 오랫동안 경색 국면으로 지속되는 것은 국민 생활이나 국가 안보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 차이자 광복 70주년을 맞는 내년에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문제 해결,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드레스덴 대북 제안, 올해 박근혜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의 ‘작은 통일론’ 등과 북한이 요구해온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현안을 일괄적으로 맞바꾸는 ‘빅딜’ 협상 방향으로 남북 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동연의 언급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대북 소식통은 “(북측의 메시지는) 한국 정부가 전단 문제 등에서 태도를 바꿔야 대화의 여지가 생긴다는 인상이어서 액면 그대로 믿거나 낙관하기 어렵지만 북한도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은 건 아니라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산가족#5·24조치#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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