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만큼 갚겠다는 생각에 甲乙관계 악순환”

김호경기자 , 최고야 기자 입력 2014-11-04 03:00수정 2014-11-0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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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乙도 때로는 甲이 될 수 있다 4년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담당했던 이모 씨(27·여)는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 가서 종종 음식값을 할인받는다. ‘원하는 것보다 고기가 더 익었다’거나 ‘음식 맛이 너무 짜다’고 클레임을 건다. 그는 “클레임 건수가 점포별 평가에 반영되는 외식업체의 특성상 웬만한 손님들의 불만은 음식값을 깎아주는 식으로 무마한다”며 “내가 겪어 온 일이기에 누구보다 이런 생리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용사 경력 10년 차인 김모 씨(29·여)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진상 손님을 상대한다. 반말을 하는 손님은 그나마 양반이다. 일부러 비싼 파마를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습적으로 돈을 안 내는 손님, 자기 아이가 수백만 원의 미용 도구를 망가뜨려도 사과조차 않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김 씨는 다른 미용실에서 자신의 머리를 깎을 때 단 한 번도 클레임을 걸지 않았다. 그는 “내가 당해봐서 어떤 기분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씨와 김 씨의 사례는 평범한 사람들이 ‘갑’이 되면 어떻게 행동하는지 극명한 대비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선 평범한 사람들도 기회만 되면 갑으로 군림한다. 친절을 강요당하는 소수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그 희생양이 된다. 하지만 서비스직 종사자들도 유니폼을 벗는 순간 ‘갑’이 돼 갑을관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갑을관계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개인의 가치관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을’도 기회만 되면 갑질을 하려고 한다”며 “구성원들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으면 어떤 선진적인 법률체계가 있어도 갑을관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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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는 권력이 있는 모든 곳에 갑을관계가 존재한다”며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인간적인 반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급장을 뗐을 때와 붙였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다른지 스스로 검열하는 게 사회 전체의 갑을관계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호경 whalefisher@donga.com·최고야 기자
#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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