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최소 49명-새정치연합 최소 23명 ‘방탄 동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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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가결 예상 깨고 ‘철면피 의리’ 선택

“잘 부탁합니다” 악수 청하는 ‘철도비리’ 송광호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마친 뒤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잘 부탁합니다” 악수 청하는 ‘철도비리’ 송광호 철도 부품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3일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을 마친 뒤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3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여야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에 따른 여야의 ‘합작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표결 직전까지도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정국이 파행을 빚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빗나갔다. 표결 결과를 분석해보면 여야 모두 국회 특권의 철옹성을 지키는 데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새누리당, 최소 49명 사실상 반대

이날 투표는 무기명투표로 실시됐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중 몇 명이 찬성이나 반대표를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야 원내지도부의 설명과 의원들의 발언 등을 종합해 보면 새누리당 의원 상당수가 송 의원을 감쌌고, 적지 않은 새정치연합 의원도 동조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본회의장에서 재석 256명 중 투표한 의원은 223명이었다. 그중 찬성은 73표에 불과했고, 반대는 118표였다. 무효 24표와 기권 8표까지 합치면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은 150명에 달했다. 이날 정당별 투표 의원 수는 새누리당 122명, 새정치연합 96명으로 추정된다. 정의당은 소속 의원 5명이 표결에 참여해 모두 가결 표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일단 찬성 73표를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 던졌다고 가정하면 여당 의원 122명 가운데 최소한 49명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하지 않고 반대표 또는 기권·무효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재원 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에서 136명이 본회의에 재석한 가운데 모두 투표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도 (반대 118표, 무효 24표, 기권 8표를 합쳐) 실제 나온 반대표(150표)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 새정치연합, 최소 23표 동조

야당 의원들도 최소 23명 넘게 여당에 동조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표결에 참여한 새정치연합 의원이 96명이고, 찬성이 73표임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 의원 중 최소 23표가 부결 또는 무효·기권표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의당의 주장대로 소속 의원 5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경우 새정치연합의 ‘사실상’ 반대표는 최소 28표로 늘어난다.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탈표가 있어도 한두 명 정도여서 당의 문제로 볼 수 없다(유은혜 원내대변인)고 주장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도 모두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는 새정치연합의 반대표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새정치연합에서 얼마나 부결표를 던졌는지는 알 수 없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누누이 강조했던 원칙을 관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고 독려가 있었다면 이런 부결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검찰수사 불신 및 동정론

이날 체포동의안 부결 원인과 관련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 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투표 당시 (2012년 9월 공천 뒷돈 의혹으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영희 의원이 떠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 전 의원은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지만 정작 불구속 기소됐다”며 “결론적으로 구속되지 않을 현역 의원을 당론으로 가결 처리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했다.

지난달 청탁입법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새정치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며 난리를 쳤지만 실제로는 야당 의원 2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검찰이 수사를 과도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3선 의원도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는데 흉악범도 아니고 일반인이라도 불구속 수사가 원칙 아니냐”면서 “국회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검찰도 수사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이 여야 의원들에게 돌린 편지와 본회의 신상발언이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동정론도 있다. 본회의에 앞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지역구가 송 의원과 같은 충청권인 이인제 박덕흠 의원도 “유죄임을 확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구속시킨다면 자신을 뽑아준 지역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성호 sungho@donga.com·손영일 기자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새누리당#철도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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