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예인 등용문은 특권층 조기 교육? 중등과정 배우반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6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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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연예인 스타의 산실은 어디일까.

평양의 명문 창전중학교 배우반과 창광중학교 배우반이 바로 연예지망생들의 등용문이다. 북한 현지 사정에 정통한 탈북자들의 얘기다.

2006년 북한에서 최고의 인기를 얻은 영화 '한 여학생의 일기'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박미향 양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드라마 '수업은 계속된다'의 주인공 김원일 군 모두 창전중학교 조기 배우반 출신이라는 것.

북한에서는 유치원 1년, 우리의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 5년, 그리고 6년 과정의 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뒤 대학에 진학한데. 연예 및 예술지망생들은 평양음악무용대학, 평양연극영화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정석이다. 소학교 졸업 후 입학하는 9년 과정의 평양예술대도 이런 등용문의 하나. 모두 1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들이다.

이런 코스를 밟는다고 해도 배우나 예술인으로 곧바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인 박성진 씨(44)는 "대학 졸업 뒤에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조선예술인 영화제작소 또는 4·25 영화촬영소 소속 배우가 되어야만 어느 정도 보장된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연극대학을 졸업한 친구들 중 영화사에 들어가지 못해 낙향한 이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그렇긴 해도 10대 시절 중학교 내 '조기 배우반'에 들어가면 각종 영화나 연극 드라마에 중요한 배역을 맡을 기회가 자연스럽게 생기는 데다 또래 청소년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북한판 아이돌 스타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 한다는 것.

박씨는 "영화배우 조기반에서는 '배우 기초' '율동' '발성'은 물론 체력과 몸매 발달, 영화연극 감상 토론회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북한에선 이른바 '길거리 캐스팅'은 없을까.

북한에서도 정규 학업 과정을 거치지 않고 특출한 끼나 외모가 눈에 띄어 전격적으로 캐스팅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1970년에 제작된 '꽃파는 처녀'의 주인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홍영희가 바로 지방 출신이지만 뛰어난 미모로 16세의 나이에 전격 스카우트된 케이스. 영화 산업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발탁한 케이스로 김 위원장과 '깊은 관계'였다는 후문도 무성했다.
하지만 배우나 예술가로 성공하려면 일단 평양 특권층이 모여 사는 중구역에 위치한 창광, 창전 중학교 등에 입학해 배우 수업을 받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안찬일 북한연구센터소장은 "5세부터 입학 가능한 북한 3대 명문 유치원인 대동문, 창전, 경흥 유치원 시절부터 이미 끼와 외모로 주목받는 예비 스타들이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며 "전국의 1등은 여기서부터 이미 낙점이 돼 관리를 받는다"고 말했다.

김정안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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