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임병장 “도주당시 상급자 심부름 둘러대 수색조 2, 3차례 따돌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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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들, 날 없는 사람처럼 취급”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임모 병장(22)이 도주 이후 군 수색조와 잇달아 마주쳤지만 거짓말로 둘러대 따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군 수사당국에 따르면 임 병장은 두 차례의 신문 조사에서 “사건 다음 날인 6월 23일 낮 고성군 현내면 일대에서 도주하는 과정에 군 수색조와 두세 차례 마주쳤지만 ‘상급자 심부름을 간다’고 둘러대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임 병장은 군 수색조가 자신을 경계하거나 몸수색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사건 발생 이후 9개 대대 규모의 병력과 헬기, 특수부대까지 동원한 군 당국의 대대적인 수색작전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군 소식통은 “당시 임 병장의 명확한 인상착의가 공유되지 않았고, 같은 복장을 한 상황에서 군 수색조가 간과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군 수사기관에서 임 병장 진술의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대우했으며, 사건 당일 GOP의 한 소초 순찰일지에 동료들이 그린 자신의 그림을 보고 화가 났다는 진술을 했다고 군 당국은 전했다. 군 관계자는 “절에 다니는 임 병장을 의미하는 사찰 표시와 임 병장의 이름, 머리숱이 없고 왜소한 체격의 임 병장을 그린 그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모 간부가 내 뒤통수를 때렸다’고 진술했으며 평소 ‘슬라임’ ‘할배’ 등의 별명으로 불렸다고 말했다”며 “그의 진술을 바탕으로 따돌림 등 병영 부조리 문제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군의 중간 수사 결과 임 병장은 사건 당일 GOP에서 K-2 소총으로 10여 분간 최소 25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 관계자는 “임 병장은 근무 초소에서 열사병 예방장구를 챙겨오던 중 20여 m 떨어진 동료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진 뒤 대피호 등으로 피신하는 장병들을 쫓아가면서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GOP#총기난사#관심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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