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3.3㎡ 사병 묘역에 묻어달라” 故채명신 장군 유언,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1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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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설립 사상 장군 사병묘역 안장 첫 사례

1968년 1월 베트남을 방문한 정일권 당시 국무총리(왼쪽)와 함께 백마부대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채명신 주월 한국군사령관(오른쪽). 동아일보DB
1968년 1월 베트남을 방문한 정일권 당시 국무총리(왼쪽)와 함께 백마부대 장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있는 채명신 주월 한국군사령관(오른쪽). 동아일보DB
'월남전의 영웅'은 장군 묘역이 아닌 파월(派越) 병사들이 묻혀 있는 사병 묘역을 선택했다. 25일 향년 88세로 별세한 채명신 초대 주(駐) 월남 한국군 사령관은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내 3.3㎡(1평) 규모인 사병 묘역에 묻힌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파월 장병이 묻혀 있는 묘역에 묻어달라'는 고인의 유언을 받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생전 26.44㎡(8평) 규모의 장군 묘역에 묻히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는 것이다. 장군이 장군 묘역에 안장되는 관행을 깨고 계급을 낮춰 사병 묘역에 안장되는 것은 현충원이 문을 연 뒤 처음이다.

당초 국방부는 장군이 사병 묘역에 안장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부인 문정인 씨는 남편의 유언을 받아들여 달라는 취지로 청와대에 편지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사령관이 묻히게 되는 곳은 2번 사병 묘역으로, 고인이 파월참전자회장을 맡으며 먼저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추모해왔던 곳이다.

군 안팎에선 죽어서도 월남전 참전 전사자와 함께 하겠다는 고인의 숭고한 뜻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채명신 장군은 군의 정신적 지주"라고 기렸다.

장례식은 28일 서울 현충원에서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하는 육군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에선 가수 패티 김 씨가 조가(弔歌)를 부를 예정이다. 패티 김 씨는 월남전 당시 자비를 털어 월남에 위문 공연을 갔고, 이것이 인연이 돼 고인과 40년 이상 우정을 쌓아 왔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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