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뜻대로 안되자 朴정부 비난하며 판 엎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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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 개성공단 해법찾기 실패

南측 제지에 몸으로 막는 北 25일 제6차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25일 회담이 결렬된 뒤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남측 프레스센터에 불쑥 들어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남측 관계자들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제지하려 하자 북측 관계자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기자단
南측 제지에 몸으로 막는 北 25일 제6차 개성공단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25일 회담이 결렬된 뒤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남측 프레스센터에 불쑥 들어와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남측 관계자들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제지하려 하자 북측 관계자들이 몸으로 막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기자단
어렵게 마련됐던 협상의 장이 깨지는 데는 20일도 걸리지 않았다. 이달 6일 개성공단의 재가동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회담 테이블에 마주앉았던 남북한은 25일 제6차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북측은 일방적으로 회담 결렬을 선언했다.

향후 남북관계의 시금석이었던 개성공단 문제가 끝내 해법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한반도 정국은 다시 급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돌출행동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절박함을 북한 특유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한반도 대화 국면을 도발 분위기로 전환할 경우 잃게 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 北 3∼6차회담 비공개 발언 전격 공개


이날 오후 5시 10분 종결회의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양측이 제7차 회담으로 다시 공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개성공단 회담을 이대로 끝내버리기에는 남북한 모두 부담이 너무 큰 만큼 서로가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8월 초까지는 회담을 이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종결회의에서 남측이 차기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하자 이를 “회담 결렬”이라고 주장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는 남측의 끈질긴 요구를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날 북측이 전격 공개한 3∼6차 회담에서의 비공개 발언, 북측 합의안과 수정안들을 보면 북측의 속내가 그대로 읽힌다. 3차 회담 비공개 발언에는 “사실 동족대결로 악명을 떨친 이전 정권 시기에도 유지돼온 개성공단 지구가 오늘에 와서 폐쇄된다면 이명박 정권보다 더한 대결정권으로 내외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민족사에 두고두고 가장 저주로운 치욕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논란에 대해서도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 수뇌 담화록을 내부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전면 공개하면서 그를 완전히 백지화하고 험악하게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합의안과 수정안에는 ‘책임 인정’(1조)과 ‘재발 방지’(2조) 부분의 주어가 모두 ‘북과 남’으로 돼 있다. 공동책임이라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정상운영을 저해하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의 책임을 남측에도 돌렸다. 심지어 제4차 회담에서는 이 규정의 세부항목으로 ‘남측은 개성공업지구의 안정적 운영에 저해되는 일체의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해 놨다. 이는 1차적으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언급했던 개성공단 내 인질 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에서 더 나아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남측 김기웅 수석대표도 회담 후 브리핑에서 “우리 측이 ‘언제라도 유사한 (군사적) 행동을 보인다면 (인력 철수 등) 유사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는데 북측은 구체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관련해 임금과 세금의 인상을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제적 기준에 맞춘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입주기업들에 부여했던 기존 ‘특혜’도 철회하겠다고 했다. 임금과 세금 외에 남측이 요구한 노무관계와 보험 등은 뒤늦게야 국제적 수준으로 맞출 대상에 포함시켜 놨다.

○ ‘중대 결심’ 예고한 정부

정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의 핵심 조건인 1조에서 북한의 책임을 명시해야만 다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원칙을 견지했다.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의 존폐’를 언급했고 북한이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원칙론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북한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며 북한을 압박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개성공단이 북한에 자본주의와 자유주의를 전파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나온다”고 정부 내 기류를 전했다. 앞서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개성공단 실무회담은 새로운 남북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전략적 차원으로 대응해온 특성을 감안하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선택과 행보가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은 남북대화가 중단되면 그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자신들의 주장이 정당했음을 강조하기 위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서 왔다”며 “앞으로 긴장국면이 최소 1, 2개월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성공단 회담이 이대로 완전히 끝나버리지는 않더라도 한동안 냉각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개성공단 문을 이대로 닫아버리기엔 북한이 잃을 것이 너무 많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이 다시 회담을 제의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추석(9월 19일)을 전후해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동취재단·이정은·조숭호·김철중 기자 lightee@donga.com
#개성공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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