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시에 시작해 새벽까지 회의 ‘올빼미 장관’에 외교부는 파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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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어 한중정상회담 잇달아… 간부들 연일 밤샘근무 고통 호소
일각 “업무에 대한 강한 열정” 평가

지혜로운 올빼미냐, 밤만 새우는 올빼미냐.

박근혜정부의 외교안보 부처 실무진 사이에서는 요즘 이런 ‘올빼미 논쟁’이 한창이다.

올빼미 화두를 처음 던진 사람은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실장은 내정자 시절이던 2월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는 (강경) 매파도 (온건) 비둘기파도 아닌 올빼미파다. 올빼미는 지혜와 활동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본보 2월 16일자 10면 김장수 “내가 매파라고? 난 올빼미파”

그러나 올빼미 논쟁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사진)이다. ‘밤늦게까지’를 넘어 ‘이른 새벽까지’ 업무의 A부터 Z까지 다 챙기는 ‘워커홀릭’ 윤 장관의 별명이 올빼미이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심야 회의는 윤 장관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렸다. 외교부 핵심 간부들은 거의 매일 저녁 장관실에 모여 평균 5, 6시간의 마라톤 회의를 한다. 회의가 오전 1시에 소집돼 오전 3, 4시에 끝날 때도 많다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실무급 외교관들은 그 결과를 정리하느라 오전 6시에 퇴근하기도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의 도중 장관이 현안별로 담당 간부들을 수시로 호출하기 때문에 주요 보직의 간부들은 퇴근하지 못한 채 ‘5분 대기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윤 장관의 꼼꼼한 성격 때문에 보고서를 밤늦게 또는 새벽까지 수차례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 한 중견 간부는 “간부들이 윤 장관의 체력을 따라가지 못해 과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심야 회의에서는 어쩔 수 없이 깜박 조는 간부도 나온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런 강행군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하지만 라오스 탈북 청소년 북송사태에 이어 한중 정상회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준비가 이어지면서 윤 장관의 ‘월화수목금금금’ 근무체제는 계속되고 있다. 결국 윤 장관도 최근 링거까지 맞았다는 후문이다.

김장수 실장이 말한 ‘올빼미’는 매파의 강압전략과 비둘기파의 대화전략 모두에서 장점을 취하는 제3의 현명한 전략을 추구하겠다는 뜻이었다. 외교안보 부처 일각에서는 “그런 스마트한 올빼미파가 아닌 ‘잠 안 자고 밤만 새우는’ 올빼미파가 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실장도 지난달 말까지 3개월간 퇴근하지 않고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다. 병영생활 점호하듯 아침 점심 저녁식사를 모두 청와대 구내식당에서 회의하며 해결하고 밤늦게까지 일해 ‘밤새우는 올빼미파’의 면모만 부각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고위 당국자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들이 전력을 다해 일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가와 일에 대한 강한 열정과 온화함을 갖춘 윤 장관을 높이 사는 평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은 외교관들 사이에서는 “간부들이 심야 회의에 매달려 심신이 지쳐가면서 업무의 현장감과 전략적 사고를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한국 주도의 전방위 외교를 통해 엄중한 한반도 정세를 헤치고 나갈 전략적 지혜를 갖춘 올빼미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교부#올빼미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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