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고위 공무원 골프 허용” 이경재 요청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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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위 공무원들도 골프를 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13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참석해 "이제 좀 골프를 칠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골프장에서 일하는 수만명 캐디의 일감도 늘어나고, 소비 진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무회의 시작 전 몇몇 국무위원으로부터 제가 대표로 건의해 달라는 얘기를 들었"는 말도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4선 의원 출신인 이 위원장이 '총대'를 멨다는 얘기.

박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박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이 위원장의 발언을 들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부처 공무원들에게 직접적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사실은 없다.

다만 박 대통령은 지난 3월 초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등 잇단 대남(對南) 위협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됐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현역 군(軍)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긴 사실이 보도돼 논란이 일자, 당시 관련 부처에 '엄중 경고'의 뜻을 전했었다.

박 대통령은 3월11일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이 주말에 골프를 치는 일이 있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말했다.

이후 김 장관이 국방부 감사관실을 통해 사태 파악에 나섰고, 국무조정실에서도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자연 공무원 사회에서도 정권 초 '공직 기강 확립' 기조와 맞물려 '골프 자제' 분위기가 형성돼 공직자들이 골프장에 발길을 끊었다고 한다.

더구나 5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기간 중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엔 이 같은 기류가 한층 더 강화됐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이 와중에도 국토교통부 등 일부 부처에선 공무원들이 관련 업자들과 골프를 치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 위원장이 박 대통령에게 골프 허용을 건의한 당일 한국대중골프장협회(회장 강배권)도 국회와 정부, 청와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건의서를 보내 "공직자의 골프 금지 분위기 조성은 공직자는 물론, 연관 기관과 기업체 임직원 및 일반 국민까지도 골프장 이용을 꺼리게 함으로써 골프산업 및 연관 산업 전체가 크게 위축되고 내수 경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직자들의 자유로운 골프장 이용을 주장 한 바 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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