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상화, 더이상 늦춰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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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내부서도 “정부조직법 빨리 처리” 목소리 커져
전문가들 “최대쟁점 SO 빼고 통과시키는 것도 방법”

박근혜 정부가 세상에 태어난 지 2주일도 더 지났으나 여전히 ‘미숙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위협으로 한반도 주변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청와대 안보 사령탑인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여전히 임명장조차 받지 못하는 등 국정의 비정상적 파행 운영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야, 청와대가 전례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이 42일째인 13일까지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는 이날도 막판 쟁점인 방송 업무 이관 문제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3일 이후 열흘째 회동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핵심은 종합유선방송(SO) 이관 문제다.

새누리당은 SO를 포함한 방송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되 국회 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방송 공정성을 담보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정부의 방송 장악을 우려해 SO를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기고 정보통신기술(ICT)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자고 맞서고 있다.

박 대통령은 13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거듭 요청했다. 11, 12일에 이어 이번 주만 내리 사흘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 원로 초청 오찬에서 “새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있어 안타깝다. 아직도 우리 정치가 국민을 중심에 두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임기 5년의 국정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를 본격 가동해야 할 소중한 임기 초에 정부 부처의 1개 과(課)에서 담당하는, 그것도 일반 국민이 잘 이해하기도 힘든 기술적인 사안을 놓고 대통령과 여야가 뒤엉켜 출구 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민생과 직결되는지 알기 어려운 사안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길어지며 사회적 인내의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 “일단 법안 처리후 방송공정성 중간평가 하자” ▼

새누리당의 친박 핵심 의원은 “협상에 나서는 의원들을 제외하곤 국회의원들도 뭐가 쟁점인지 잘 모른다. 야당 의견을 일부 들어주더라도 정부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국민은 짜증나고 넌더리를 낼 만한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야가 이 이상의 실효적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현재 최대 쟁점인 SO 관련 사안을 제외한 채 지금까지 타협한 내용을 토대로 정부조직법을 하루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정 정상화가 늦어질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 북핵 위기 등에 대처할 국가적 동력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처리하고 1년 뒤에 시청자를 대상으로 과학적 여론조사를 실시해 야당의 우려대로 방송이 정부에 장악돼 공정성이 악화됐다면 야당 주장대로 SO의 관할권을 방통위로 이관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래부가 SO를 관할한 결과 방송 공정성 관련 여론이 악화되면 여야 상관없이 국민이 먼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일단 정치권이 SO 관련 대목 등을 제외한 채 정부조직법은 통과시켜 정부가 일을 할 수 있게 하고, 방송 공정성 문제는 시간을 갖고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단일 사안을 놓고 40일 이상 토론해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 여야 간 접점을 찾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며 “일단 결론난 내용만 갖고 정부조직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가 실종된 여의도에서 정부조직법이 어떻게든 타결될 것이란 낙관론은 잘 들리지 않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가끔 여야 협상 관계자들 사이에서 “곧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상당수의 여야 의원들도 이젠 ‘양치기 소년’의 허풍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강원택 교수는 “결국 협상의 키는 여당이 쥐고 있다. 야당에 최소한의 명분을 주고 조속히 정부조직법을 처리해 국정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정 파행의 피해는 영호남을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결국 국민의 정치 혐오감만 쌓여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미숙아#박근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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