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업무비 일부, 개인MMF계좌로 옮겼다”

  • Array
  • 입력 2013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회… 공금 횡령의혹 집중추궁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2일 이동흡 후보자가 질의가 시작되기 전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요청하신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22일 이동흡 후보자가 질의가 시작되기 전 민주통합당 의원들에게 “요청하신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일 이틀째 열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헌재 재판관 재직(2006년 9월∼2012년 9월) 당시 수령한 특정업무경비(총 3억2000만 원)의 사적 유용 의혹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후보자가 특정업무경비 계좌와 머니마켓펀드(MMF) 계좌 사이에 거래가 있었음을 인정해 공금인 특정업무경비가 단기 금융투자상품 운용에 활용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쏟아졌다.

○ 이 후보자 “MMF로 갔다가 뺄 수도 있는 것”

민주통합당 박범계 의원은 “특정업무경비가 입금된 계좌의 돈이 MMF 계좌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어 “특정업무경비는 총 3억2000만 원이었는데, 2008년 1월 24일부터 2012년 9월 6일까지 MMF에 하루 이틀씩 넣었다 뺐다 했다.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관리한 통장에서 1억7000여만 원을 인출해 서초동(법조타운)에서 개설한 자신의 제3의 통장으로 옮겨 놨다. MMF 통장이 바로 제3의 통장”이라며 “횡령이다.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2008년 7월 유학자금으로 셋째 딸에게 보낸 1000만 원도 문제의 MMF 계좌에서 빠져나갔다”며 “업무상 횡령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MMF로 갈 수도 있고, MMF에서 뺄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도 “(특정업무경비로) 단기투자 등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MMF 계좌는 재산신고가 돼 있던 것으로 지금은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오전에는 이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 재임할 때 2년(2009∼2010년)간 경리계장을 했던 김혜영 헌재 법원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에 넣은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한 번에 30만 원 이상 지급할 수 없도록 돼 있는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자가 매달 한꺼번에 300만∼500만 원씩을 받은 데 대해서도 “(법에) 위반인 줄 알면서도 했다”라고 시인했다.

관련 지침을 사무처로부터 받은 바 없다던 이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전날 “지침을 헌재로부터 받은 적이 없다”라고 했지만 김 사무관은 “연초에 한 번씩 바뀐 지침을 축약해 첨부해 드렸다”라고 반박했다.

사용증빙내용이나 영수증을 제출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비서관이 내용을 정리해서 매달 한 번 건네줘 캐비닛에 보관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미공개가) 관행이었다”라며 끝내 여야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자가 둘째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9월 헌재 재판관 퇴임 후 외교관인 둘째 딸의 직장의료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박홍근 의원은 “매달 390만 원이 넘는 공무원 연금급여를 지급받으면서도 수입이 더 작은 딸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은 월 26만 원의 지역건강보험료를 아끼기 위한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이에 이 후보자는 “내가 등록한 적 없다. 헌재를 퇴직한 뒤 자동으로 피부양자로 등록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전 정말 재산 적어”

22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혜영 헌법재판소 법원사무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2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혜영 헌법재판소 법원사무관.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 후보자는 딸들에게 매달 생활비로 250만 원을 받아 재산을 증식했다는 주장에 대한 의혹 제기에 대해 “딸들이 나이가 많은데 다 미혼이다. 전 재산이 정말 적다”라며 “저는 항상 재산을 공개하면 꼴찌”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2010년 헌재 재판관 재산신고 때 15억 원을 신고해 9명의 헌법재판관 중 여섯 번째였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은 “겸손해야 한다. 사람은 쓰는 단어와 말에서 철학이 드러난다”라고 비난했다.

2007년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에게 정치자금(10만 원)을 후원한 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으로 드러났다. 2007년 9월에 앞서 2006년 11월에도 기부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한 것이다. 진보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기부금 명세를 근거로 추가 기부 사실을 공개하자 이 후보자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오락가락식 답변 태도도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전날 출판기념회를 헌재 구내식당에서 열었던 것에 대해 이강국 전 소장의 관례를 따랐다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시간적으로 이 후보자의 출판기념회가 먼저였다”고 반박하자 “김용준 전 소장이 구내식당에서 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건 10년 이내(자료)에 안 들어간 모양”이라며 회피했다.

최재천 의원은 “저희들이 입법을 하다 보면 저희 머리 위에 있는 기관이 헌재”라며 “높은 도덕성과 애국심, 존경심에 머리가 숙여져야 하는데 후보자에게선 그런 게 안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 후보자는 정회가 선언되자 최 의원에게 다가가 “좋은 말씀이다. 제 마음을 알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남희·김기용 기자 irun@donga.com

김담덕 인턴기자 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
#이동흡#특정업무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