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선택 박근혜/근혜노믹스]재계, 경제민주화 속도와 강도에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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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책 어떻게 변하나

기업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후보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선거전 초반부터 재벌 개혁, 대·중소기업 상생(相生) 등 경제민주화가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제계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인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박 당선인이 경제민주화를 앞장서 쟁점화한 만큼 향후 기업 관련 정책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수위(水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대기업 ‘반칙’ 엄단 의지 강해

박 당선인의 대기업 관련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 대기업 체제의 장점은 그대로 살려주되 대기업이 시장에서 반칙을 저지르거나 무차별적으로 문어발 구조를 확대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달리 기존 순환출자구조에는 손대지 않고 출자총액제한제도도 도입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金産)분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등 대주주를 견제하는 정책도 내놓았다.

계열사에 부당한 방법으로 일감을 몰아주거나 하도급 업체에 부당한 피해를 입히는 등 대기업의 반칙을 엄단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일각에선 계열사 지분을 제한하는 ‘문재인 식’ 지배구조 개선보다 불공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박근혜 식’ 규제가 기업을 더 강하게 옥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현재 확정된 경제민주화 공약만 현실화하더라도 경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수위 조절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는 11월 8일 박 당선인과 경제5단체장의 간담회를 계기로 그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다소 유연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당시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오해가 있다. 경제민주화와 더불어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그는 재계와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한 기업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대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니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함께할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며 “경제위기 국면에서 성장동력을 고려한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후려치기’ 막고…

박 당선인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가져갔을 때 강하게 처벌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 진입할 때 정부가 사업 시작을 늦추도록 하는 조정제도를 강화키로 했다.

대형마트 문제도 휴무일을 늘리는 등의 영업규제에는 반대하지만 중소도시의 대형마트 신규 입점은 지역 협의체에서 합의된 때에만 허용하는 등 진입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은 박 당선인이 이 같은 정책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20일 간담회를 열어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만큼 불공정거래 해소 등 중소기업을 위한 공약을 실천해 달라”고 주문했다.

○ IT 컨트롤타워 부활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총괄하는 이른바 ‘IT 컨트롤타워’도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IT 산업을 전담하는 독임제 행정부처를 신설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는 현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에 IT산업 진흥업무를 더한 옛 정보통신부 형태의 조직을 부활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옛 정통부의 기능이 방통위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분산됐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정통부 형태의 IT 전담 정부부처를 운영하는 국가가 드물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박 당선인은 과도한 게임 중독 현상과 아동포르노 등 불법 성인물의 온라인 유통을 막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심의 및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김용석·김상훈·김지현 기자 nex@donga.com
#박근혜#기업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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