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실험 쇼크]손바닥 보듯 감시한다더니… 한미일, 北에 정보전 완패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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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전날 北 동창리에선 무슨 일이…

북한이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발사시한을 29일로 연기했던 로켓을 12일 기습적으로 쏴 올려 국제사회의 허를 찌른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국방 수장이 로켓 발사준비 첩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2일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1일 오후 3시경 동창리 기지의 발사대에 로켓이 장착된 사실을 확인해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비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11일 오후 나온 ‘로켓이 발사대에서 해체돼 수리 중’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선 “공식 확인해 준 바 없다. 오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날 모리모토 사토시(森本敏) 일본 방위상은 12일 기자회견에서 “11일 발사대에서 로켓을 제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김 장관과 상반된 언급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13일 “일본 정부의 발표가 맞다 틀리다 얘기하기 곤란하다”며 “북한 로켓 관련 정보를 다 알고 있었지만 우리 소스가 아니어서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위성사진도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동맹국 자산으로 수집한 정보를 마음대로 풀 수 없어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11일 오전 동창리 기지에선 로켓을 발사대에서 분리하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사대 주변의 대형 가림막이 사라지고, 대형 크레인의 추진체 해체 작업도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됐다고 한다. 지상 발사장엔 추진체를 조립동으로 옮기는 인력과 트럭의 부산한 움직임도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추진체를 분리해 수리한다’는 취지의 대북 감청 정보도 군 당국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날 오후 발사대에 로켓이 재장착된 사실이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돼 한국 정부에 통보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부와 군 당국은 이를 발사 임박 징후로는 보지 않았고, 결국 북한의 ‘로켓 깜짝쇼’에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 됐다.

정부는 이번 첩보 수집의 혼선이 북한의 치밀한 ‘기만전술’에 당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이 11일 오전까지 로켓을 해체하는 듯한 정황을 한미일 위성감시망에 노출시켜 당분간 발사가 힘들 것이라는 오판을 유도했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이날 “북한이 기만전술을 쓴 데다 대북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일부 미숙한 점이 있었다”며 정보 판단의 오류를 사실상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11일 오후 3시 이후엔 로켓이 발사대에 장착됐다는 점을 한미 정보자산으로 확인했지만 북한이 작심하고 기만전술을 펴는데 발사 여부와 시점을 정확히 알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이 로켓을 쏴 올리기 직전 발사가 10일 이상 늦어질 것이라는 글을 올렸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도 13일 해명 글에서 “11일 위성 판독 결과 로켓이 발사대에서 해체되지 않은 것을 확인했지만 북한의 ‘기술적 결함’ 발표를 과대 해석해 오판했다”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북미사일#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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