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거리 미사일 발사]강성대국 이벤트 성공… 힘 받는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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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특별방송서 대대적 선전… 궁지 몰렸던 軍 도 체면 세워

김정은
북한 매체들은 12일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 소식을 대내외에 알리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대외용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은 이날 일제히 로켓 발사 성공 소식을 보도했다. 북한은 1일 로켓 발사를 대외적으로 발표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알리지 않았다.

첫 보도는 발사 1시간 30여 분 만인 오전 11시 23분에 나왔다. 4월 로켓 발사가 실패했을 때 북한은 4시간 만에 첫 반응을 내놓았다. 조선중앙TV는 낮 12시 6분경 ‘특별방송’을 한 뒤 매시간 후속보도를 내보냈다. 특별방송은 김일성·김정일 사망 같은 국가 중대사에만 허용되는 보도형식이다.

또 북한 매체들은 “평양과 각지 거리에서도 방송선전차들이 이 소식을 거듭 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삽시에 온 나라는 기쁨으로 들끓고 사람들의 마음은 한없이 격동돼 있다”며 일부 평양시민의 반응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장거리 로켓 발사와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이를 토대로 대외관계에서 매우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김정일 사망 1주기(17일), 김정은 최고사령관 취임 1년(30일)을 앞두고 극적으로 발사에 성공했다”며 “이렇다 할 성과가 없던 김정은에게 큰 선물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은 이번 발사 과정에서 한미 정보당국을 완벽하게 속인 데다 외압에 굴하지 않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각인하게 됐다. 그동안 대내적으로 발사 계획조차 알리지 않았던 북한은 이날 평양방송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대대적인 선전에 열을 올렸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연구위원은 “겨울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발사에 성공한 것은 선군정치를 이어가는 이미지로 김정은의 정통성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외관계에서도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에 따라 공세의 완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은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의 신병처리 문제를 미국과의 접촉을 재개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궁지에 몰렸던 군부가 기를 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김정은은 비대해진 군부의 거품 빼기 작업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이영호 군 총참모장이 해임되고 후임 현영철이 석 달 만에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로켓 발사 성공으로 군부가 체면을 회복하면서 군 원로들이 영향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군부가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로켓 발사를 부추겼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미사일#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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