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4인 책임 물어라’ 무언의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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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룰 협상 중단 파장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중단 이틀째인 15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직접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했다. 그럼에도 안 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깊은 실망을 느꼈다”며 가시적인 추가 조치를 요구했다. 말로만 사과하지 말고 문제가 된 캠프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 측이 문제 삼는 문 캠프 인사는 △이목희 기획본부장 △백원우 전 정무특보 △김기식 단일화방식협의팀원 △우상호 공보단장 등이다. 두 캠프에선 “결국 이 4명을 잘라야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안 캠프는 한 신문이 14일 ‘문 캠프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단일화 룰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자 이 본부장을 발언 당사자로 여기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은 ‘양보론’ 때문에 지지층 결속이 어렵다며 “악의적 음해”라고 비판하고 있다. 안 후보는 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양보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문 캠프의 자체 조사에서 “과거에는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그런 적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캠프 관계자는 “무고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최근 사석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권력은 승자의 몫이기 때문에 총리 직을 누구에게 주고 하는 나눠 먹기 식의 협상은 어렵다. 공동정부론 얘기도 나오기 어렵다”고 말한 대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안 된다면) 자존심이 있는데 총리를 맡겠나”란 말도 했다고 한다. 우 단장은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발언도 아니며 내용도 왜곡됐다”고 해명했다.
▼ 일각 “이해찬 대표-친노 겨냥한 것” 관측 ▼

백원우 전 정무특보에 대해서는 안 후보 측 협상단에 한나라당 출신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포함된 것을 두고 트위터에 “모욕감을 느낀다”라는 글을 올린 게 지적됐다. 백 전 특보는 논란이 된 14일 정무특보 직을 사퇴했다.

안 후보 측은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14일 라디오에서 “지상파 TV토론 외에도 복수의 토론도 할 수 있다”며 “16일까지 합의해야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안 후보 측이 정작 협상장에선 그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안 후보 측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의 퇴진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4·11총선의 민주당 패배를 놓고 친노 책임론을 거론했던 안 후보는 친노 세력과는 손잡기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당의 인적쇄신을 거론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워했다.

문 후보는 14일 밤과 15일 오전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단일화방식협의팀 교체를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과했다. 이에 안 후보는 “직접 사태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조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15일 저녁 언론사 정치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선 “문 후보 측의 구체적인 행동과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엔 “정치개혁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경우 조만간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단일화 협상에서 ‘중단’이란 벼랑끝 전술을 택한 안 후보가 강온전략을 병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두 후보는 16일부터 호남에 50만 부씩의 홍보물을 돌리기로 하는 등 호남 민심잡기 경쟁은 치열하다. 안 후보 홍보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사진이 크게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안 후보가 최근 민주당 의원들을 연쇄 접촉한 사실도 밝혀졌다. 30여 명의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를 건네며 “앞으로 의견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는 것. 대부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비(非)문재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라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캠프 자원봉사자가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 보낸 것을 조직동원이라고 비판하면서 상대 당 의원들에게 손을 뻗치는 것은 무슨 행태냐”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5일 야권의 단일화 갈등에 대해 “더이상 국민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안 후보가 이제야 민주당의 덫에 걸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안 후보가 민주당의 재집권 구도에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는 예견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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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길진균·이남희 기자 peacechaos@donga.com
#문재인#안철수#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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