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文… 민주 내부 “단일화- 쇄신 安에 끌려가게 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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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실기(失期)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당내의 인적쇄신 요구에 미적거리는 틈을 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5일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에서 ‘정치가 변화하는 정권 교체’를 기치로 단일화 회동을 전격 제안하자 민주당 내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단일화의 주도권도 안 후보에게 넘어갔고,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이해찬 대표 등이 물러나더라도 이 역시 안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게 됐다”는 푸념이다.

안 후보는 이날 전남대 강연에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로 바꾸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며 “모든 개혁 세력이 힘 모아 같이 맞설 때 정권 교체가 가능하고 정권 교체 이후에도 원만한 개혁을 이루고 새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의 인적쇄신론은 1일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새정치위원회’가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김한길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던지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문 후보는 “내게 맡겨 달라”라며 분출하는 인적쇄신 요구를 일단 잠재운 뒤 주말을 넘겼다. 비주류 측 한 인사는 5일 “주말을 넘긴 게 패착이다. 이 대표가 무슨 최필립도 아니고…”라며 못마땅해했다. 인적쇄신의 정점에 있는 이 대표의 거취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문 후보의 태도가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에 대해 “내게 맡겨 달라”며 결단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다.

문 후보 측에서는 겉으로는 단일화 협상을 가속화하기 위해 인적쇄신 문제를 남겨 놓은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와의 회동 후 ‘안 후보가 요구해 정리한다’는 식이 되지 않겠나. 이른바 차도살인(借刀殺人·다른 사람의 칼을 빌려 사람을 쳐 내다)”이라며 “단일화 협상을 빠르게 진척시키기 위해 안 후보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는 고도의 전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후보 캠프에서는 안 후보가 ‘양자 회동’이란 카드를 꺼내 든 데 대해 “이 정도까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당혹감과 함께 단일화 국면에서 안 후보만 부각될 수 있다는 걱정이 쏟아졌다. 한 당직자는 “문 후보는 줄기차게 단일화를 거론했지만 임팩트가 없었다”며 “단일화의 승부처인 호남에서 안 후보가 ‘3자 대결 구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만큼 호남에서의 안 후보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후보는 6일 당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인적쇄신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는 정당개혁안을 발표하는 새정치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지만 인적쇄신을 이야기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5일 이종걸 김영환 의원 등 비주류 7명과의 면담에서도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좀 더 의견을 수렴하겠다”라고만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는 4일 심야회동을 하고 “문 후보의 태도를 지켜보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영상] 안철수 “이 상태에서 단일화하면 감동도 사라지고…”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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