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에 의한 ‘대선판 검찰개혁 전쟁’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11월 3일 03시 00분


안대희-강인철-이건개, 중수부 폐지-공수처 신설 등 친정 겨냥해 칼 빼들어


이번 대선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검사들의 검찰개혁 전쟁’이다. 검찰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사람들이 퇴직 후 직접 대선후보 캠프에 뛰어들어 현직의 까마득한 후배들과 충돌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2003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의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박 후보의 삼고초려로 캠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안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를 연계해 고위공직자 비리를 수사하는 방안을 내놓자 열 기수 아래인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낭비적·비합리적 제도”라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 내부에선 “존경받던 선배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검찰 출신 선배가 검찰에 개혁의 칼을 대는 데 대한 서운함도 깔려 있다.

지난달 31일엔 최 부장보다 두 기수 후배인 안철수 후보 캠프의 강인철 법률지원단장이 새누리당 안 위원장보다 더 센 내용으로 검찰개혁의 칼날을 빼들었다. 안 후보 측이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 축소 등을 공약한 것이다. 강 단장은 안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알려진 최측근이다. 안 후보의 개혁안에 대해 검찰은 당혹스러워했지만 직접 반박은 내놓지 않았다.

문 후보 캠프엔 검찰 출신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울산지검 형사1부장을 지낸 박성수 변호사, 서울중앙지검·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한 백혜련 변호사가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한 문 후보 캠프의 반부패특별위원회에 속해 있다. 문 후보도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 및 공수처 설치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공안부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무소속 이건개 대선후보는 호민부(護民部)라는 기관을 신설하고,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역할에 따라 호민부 아래 3개 부서로 개편하는 검찰개혁 방안을 내놨다. 그는 검찰과 경찰의 인적 교류를 촉진하고 각 부서의 검찰·경찰 수사 인원을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게 해 중복수사 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법고시 1회 출신으로 검찰 대선배인 이 후보는 ‘빅3’ 후보의 검찰개혁안에 대해 “상설특검, 공수처를 만들면 과연 범죄정보는 어디서 얻어 수사할지 의문”이라며 “옥상옥으로 폐해가 속출할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검사#검찰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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