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장 주는 MB도 받는 특검도 말이 없었다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 李대통령, 내곡동 사저 이광범 특별검사 임명식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광범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할 이광범 특별검사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무표정한 채 별 말이 없었다.

9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 접견실. 우여곡절 끝에 5일 임명돼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을 수사할 이광범 특별검사가 최금락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등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왔다. 조금 뒤 이명박 대통령이 들어섰다. 필요하면 자신의 외아들 시형 씨를 불러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공개적으로 부여하는 이 대통령의 특검 임명장 수여식이 시작된 것이다.

이 대통령은 말없이 임명장을 두 손으로 건넸다. 이 특검도 두 손으로 받았다. 이 대통령은 악수를 건넸고, 이 특검도 말없이 손을 잡았다. 이 대통령은 평소 국무위원 등 주요 인사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에선 늘 환한 표정으로 “축하한다”고 말을 건네거나 어깨를 툭툭 치며 친근감을 나타내곤 했지만 이날은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배석자들도 쥐죽은 듯 조용했고, 사회를 보는 관계자의 표정은 마치 조사(弔詞)를 읽는 듯 어두웠다.

두 사람은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를 옮겨 포즈를 취했지만 역시 별 말이 없었다.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촬영을 마친 후 이 대통령은 손짓으로 이 특검을 옆방으로 안내했다. 임명장 수여식이 시작된 뒤 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이 특검에게 말을 걸었지만 배석자 중에 알아들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리는 작았다.

이 대통령은 10여 분간 이 특검과 대화를 나눴다. 수사 관련 이야기는 거의 없었고, 날씨 등을 주제로 덕담만 나눴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사실 두 사람은 구면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고, 이 특검이 법원행정처 건설국장이던 2003년 서울시 건설 관련 문제로 만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당시의 만남은 화제에도 오르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주기 싫은 임명장을 준 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 직후 이달곤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사의를 반려했다. 이 수석은 민주통합당이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고 특검 후보자들을 추천한 데 대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며 3일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일가를 배임의 수혜자로 규정하는 게 부담이 됐기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를) 기소하지 않았다’는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우리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여론의 추이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마침 특검 임명 전날 그런 발언을 해 청와대 입장이 참 우습게 됐다”며 혀를 찼다.

민주당은 최 지검장의 발언을 본격적으로 문제 삼았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지검장이 내곡동 사저 검찰 수사에 대해 진실을 밝혔다”며 “얼마나 권력을 봐줬는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수사가 이뤄졌는지 특검이 샅샅이 밝혀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당직자는 “최 지검장의 발언은 양심고백”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검찰 고위층의 신중치 못한 언행은 국민의 불신을 자초할 뿐”이라고 최 지검장을 비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내곡동#특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