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원재]‘오늘도 무사히’ 가슴 졸인 민주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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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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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정치부 기자
장원재 정치부 기자
7월 20일 예비경선(컷오프) 후보 등록으로 시작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이 16일 서울 경선을 마지막으로 59일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경선 초기 이해찬 대표는 “감동과 역동의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지역순회 경선이 열린 각 지방 체육관에서는 물병과 달걀이 날아다녔고, 당 지도부가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 사이에서는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과 주먹다짐이 벌어졌다. TV 토론에서는 후보들 간에 원색적인 비판이 난무했다. 경선 방식에 불만을 품은 일부 후보가 경선장에 나타나지 않는 바람에 ‘후보 없는 투개표’라는 민망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초반부터 독주하면서 2002년 민주당 경선과 같은 역동성도 사라졌다. 완전국민경선을 도입하면서 당원과 일반 국민, 현장과 모바일에 관계없이 1인 1표를 주다 보니 여론조사와 비슷한 맥 빠진 경선 결과가 계속된 것이다.

13전 13연승의 경기에 어떤 감동이 있을까. 경선에 참여한 선거인단 수는 당초 목표치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경선 기간 내내 기자들의 관심사는 ‘누가 몇 표를 얻는지’가 아니라 ‘오늘은 불상사 없이 끝날 수 있을까’였다.

축제가 되어야 할 경선이 폭력과 야유로 얼룩지자 당내에선 “돈과 시간을 들여 진행한 경선이 하나마나한, 아니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7월 중순 후보들이 경선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자 “선수가 룰을 정하나”라며 핀잔을 줬던 이 대표도 9월 11일 의원총회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렇게 몰골사나운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곤혹스럽다”며 자세를 낮춰야 했다.

이제 경선은 끝났다. 문재인 후보가 승자가 됐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을 안은 문 후보를 진정한 승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문 후보와 민주당이 이번 경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12월 19일 펼쳐질 진정한 승부에서 민심을 잡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문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이 17일 “이번 경선이 그래도 역대 경선 중에서 가장 조용한 경선”이라며 별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보고 하는 말이다.

장원재 정치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민주 경선#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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