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때문에 왔다가 ‘정치’ 때문에 떠나다

  • Array
  • 입력 2012년 9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영란 권익위원장 사직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은 4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결정함에 따라 권익위원장 직을 용퇴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1년 9개월 동안 권익위를 이끌면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치’로 인해 위기에 빠졌던 권익위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김 위원장이 결국 ‘정치’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아이러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2009년 9월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전 권익위원장이 취임하면서 권익위에는 외풍(外風)이 불기 시작했다. 야당은 “정권 실세인 위원장이 권익위를 정권 보호 기구로 만들려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2010년 6월 이 전 위원장 퇴임 이후에는 6개월 동안 권익위원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었다. 하마평에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를 때마다 권익위는 술렁거렸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권익위가 위기를 맞았을 때 임명됐다. 김 위원장은 청탁문화가 부패의 주범이라는 인식 아래 청탁 근절에 주력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달 입법예고한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이다. 그는 4일 오전 간부회의에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김영란#국민권익위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