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환 “조기문과 통화-문자 안해”… 제보자 주장과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 공천헌금 3억 건네졌다는 ‘3월 15일’ 행적 진실게임


5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삼비빌딜 15층 강림 CSP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부산지검은 현명희 의원의 전 수행비서 정동근 씨가 현기화 전 의원에게 줄 공천헌금 3억 원을 전달받은 곳이라고 주장한 현 의원 소유의 강림CPS를 4일 압수수색했다.
5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삼비빌딜 15층 강림 CSP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부산지검은 현명희 의원의 전 수행비서 정동근 씨가 현기화 전 의원에게 줄 공천헌금 3억 원을 전달받은 곳이라고 주장한 현 의원 소유의 강림CPS를 4일 압수수색했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수사의 핵심은 돈이 건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올해 3월 15일 이 사건 관련자들의 행적을 따져보는 것이다. 현재 제보자 정동근 씨(36)와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 전 부산시당 홍보위원장(48), 최종 수령자로 지목된 현기환 전 의원(53)의 진술은 모두 엇갈리고 있다. 정 씨는 조 씨에게 돈을 줬다고 하고, 조 씨는 정 씨를 모른다고 한다. 현 전 의원은 돈을 받은 적도, 조 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씨의 당일 위치가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 씨의 진술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고 보고 ‘배달사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 조기문 씨 당일 행적 의문

제보자이자 현영희 의원의 전 수행비서인 정 씨가 검찰 수사에서 진술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정 씨는 ‘3월 15일 현영희 의원에게서 3억 원을 받아 은색 쇼핑백에 담은 뒤 서울역 3층 한식당에서 조 씨에게 건넸다. 조 씨가 루이뷔통 가방에 옮겨 담은 뒤 현 전 의원과 연락을 주고받고 돈을 전달하러 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일단 정 씨의 진술이 구체적인 점을 주목하면서 그의 주장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씨는 동아일보 인터뷰(4일자 2면 참조)에서 “서울에 간 건 맞지만 강남에 다른 볼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 씨를 알고는 있지만 대화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다”고도 했다. 그러나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수첩을 확인해보니 그날 부산 롯데호텔에서 모 건설사 부장을 만났다. 3월 5일 이후로는 서울에 간 적이 없다”고 다른 말을 했다.

○ 현기환 “통화 기록으로 결백 확인”

3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7시간가량 조사받은 현 전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돈을 받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 전 의원은 당일 행적에 대해 “이동통신사에서 내 휴대전화의 3월 15일 수·발신 기록을 조회했는데 조 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차명폰이나 대포폰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검찰은 현 전 의원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조 씨가 서울역 3층 식당에서 현 전 의원에게 ‘만나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현 전 의원이 ‘알겠습니다’는 답장을 보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전 의원의 주장대로 당일 문자 수·발신 기록이 없다면 정 씨 주장의 근간이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돈이 건네진 경로에 있던 △부산진구 범천1동 현 의원 남편 회사 사무실(현 의원→정 씨) △서울역 3층 한식당(정 씨→조 씨) △서울 중구 태평로 코리아나호텔 커피숍(조 씨→현 전 의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지만 대부분 보관기한(4일∼30일)이 지나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물 분석과 함께 통신기록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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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 씨를 한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이르면 이번 주에 현 의원과 현 전 의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또 정 씨가 “현 의원이 또 다른 부산지역 의원에게도 300만∼500만 원씩을 후원금 명목으로 건넸다”고 주장한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할 계획이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현기환#공천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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