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9년전 최태원 구명운동 더 생각했어야… 비판 수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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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총수 봐주기 안된다” 책속 주장과 배치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이 2003년 1조 원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안 원장이 강조해온 사법정의, 기업윤리와 배치된다는 비판이 일자 안 원장은 “비판과 지적을 수용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안 원장은 2003년 4월 구속된 최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해 대기업과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 친목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 회원들과 함께 탄원서를 제출했다.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9월 보석으로 풀려났고 2008년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안 원장이 최근 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반드시 바꿔야 할 관행이라고 지적한 ‘대기업 총수 봐주기’의 전형적 사례다.

안 원장은 책에서 기업주의 범죄와 관련해 “법률과 제도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는데 집행되지 않는다. 이것이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법치에 대한 불신과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절망감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벼운 형을 선고하고 쉽게 사면해주는 관행도 바뀌어야 정의가 선다”고도 했다.

탄원서와 관련해 논란이 일자 안 원장은 30일 자료를 내고 “당시에도 부담을 느꼈지만 적절한 일이었는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누구든 법을 어기면 공정하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브이소사이어티 전 대표인 이형승 전 IBK투자증권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탄원서와 관련해 “최 회장에게 잘못은 있지만 잘 봐달라고 선처를 부탁한 것이다. 구명운동을 특별히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원장은 ‘대기업은 항공모함이고 중소기업은 구축함이다. 서로 윈윈해야 하지 않느냐’며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때부터 열심히 활동했다”면서 “안 원장이 그것(탄원서)에 대해 고민했다고 하는데 그건 개인적인 일이라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주도로 2000년 9월 결성된 브이소사이어티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재벌 2, 3세 기업인 11명과 안 원장, 변대규 휴맥스 사장,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등 벤처 기업인 10명이 발기인으로 2억 원씩 출자했다. 비밀스럽게 형성되는 재계의 다른 사교모임과 달리 주식회사 형식으로 운영된 것. 브이소사이어티의 ‘브이(V)’는 벤처(Venture)를 뜻하는 약어로, 대기업과 벤처업계의 상생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모임은 ‘CEO 회원들의 현장학습 중심의 공부모임’ 성격을 띠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 경영 현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모임 활동이 왕성했던 2003년에는 회원 수가 60여 명에 달하고 대외 활동도 활발했다. 하지만 모임의 중심축이었던 최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데다 벤처업계가 2002년 쇠락하면서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 캠프의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안 원장이 최 회장의 구명운동에 나선 것을 거론하면서 “(안 원장이) 성인인 척하는 게 곧 판명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안철수#최태원#탄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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