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선거 혈세낭비 대선에도 반복될 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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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부터 선거인 등록

해법은 이미 나와 있는데 도입을 미루는 희한한 일이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외국민선거를 두고서다. 여야 모두 재외선거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법안들을 내놓고도 정작 법안 처리에는 관심이 없다. 재외선거의 투표율이 올라가면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재외선거가 예산만 쏟아 붓고 재외국민에게 외면받는 ‘애물단지 제도’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재외국민은 이달 22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선거인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인 등록을 하려면 재외공관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는 탓에 등록률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4·11총선 때는 전체 재외선거권자 223만3193명 가운데 12만4424명만이 신고해 등록률이 5.6%에 그쳤다.

투표율은 더 낮았다. 재외국민은 투표 역시 재외공관까지 가서 해야 한다. 중국 푸젠(福建) 성 샤먼(廈門) 시에 사는 재외국민은 선거 등록과 투표를 위해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주광저우 총영사관을 두 번 찾아가야 하는 식이다. 광저우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면적은 대한민국 영토의 3배 규모다. 이 때문에 중국의 재외선거 투표율은 선거권자 29만5220명 중 7876명이 참여해 2.7%에 그쳤다. 세계적으로 투표에 참여한 재외국민은 5만6456명. 투표율은 2.5%였다.

이런 ‘고생길 선거’를 위해 총선 때 쏟아 부은 혈세가 172억 원이었다. 이번 대선에선 212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여야는 총선 직후 재외선거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법안들을 앞다퉈 내놓았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은 재외선거 신청 시 우편등록을 허용하고 투표소투표와 우편투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통합당 김성곤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선 등록신청을 아예 인터넷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선관위도 이달 2일 여섯 가지 내용을 담은 재외선거 개정의견을 국회에 냈다. △등록신청 순회 접수제도 도입 △재외투표소 추가 설치 △재외선거인 영구명부제 도입 △가족의 대리신청 허용 △파병 군인과 공관 미설치 국가의 우편투표 허용 △투표하지 못한 재외선거인의 귀국투표 허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등록과 투표의 편리성을 높이자는 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만큼 개정안이 금방 통과될 것 같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새누리당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18대 국회에서 재외선거 관련 조항을 개정하자는 데 줄곧 반대해왔다”며 “18대 때 법을 개정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선거일정상 법 개정 시기를 놓쳤다”고 말했다. 대선 전에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여야가 재외국민의 편의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지 주판알만 튕긴 결과다. 총선 비례대표선거에서 재외국민은 야권에 더 많은 표를 줬다. 정당별로 새누리당 40.1%, 민주당 35.0%, 통합진보당 14.4%를 득표했다. 민주당과 통진당의 득표율을 합하면 49.4%로 새누리당을 앞선다. 하지만 등록과 투표가 쉬워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이 힘들다.

선관위 관계자는 “재외국민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투표율을 높일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재외선거#혈세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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