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6000억 당장 지원하라” 정부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영아 무상보육 중단 위기와 관련해 정부를 질타한 뒤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왼쪽),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오른쪽). 김동주 기자 zoo@donga.com·청와대사진기자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영아 무상보육 중단 위기와 관련해 정부를 질타한 뒤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왼쪽),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오른쪽). 김동주 기자 zoo@donga.com·청와대사진기자단
0∼2세 전 계층 무상보육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고갈로 중단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재원 조달 문제를 놓고 당정이 삐걱대고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전면 무상보육을 내년엔 5세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에 대해 정부가 반기를 들면서 당정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 새누리당 “무상보육 재정 논란, 조속 해결을”

이한구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무상보육 정책에 대해 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는데 아직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정부가 반성해야 한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새누리당이 이미 여러 차례 무상보육 관련 지자체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지만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는 것에 대해 ‘폭발’한 것이다.

현재 0∼2세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데 부족한 돈은 약 8000억 원. 지난해 말 국회가 예산을 심의하던 과정에서 막판에 0∼2세 전 계층 무상보육이 전격 결정돼 관련 예산을 정교하게 반영하지 못한 데다 고소득층이 혜택을 받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이 당초 정부가 예상한 70만 명에서 78만 명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일정 비율씩 예산을 마련하는 점을 고려하면 8000억 원 중 지자체 부족분이 6000억∼6200억 원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쟁점은 지자체 부족분 6200억 원을 어떻게 충당하느냐다. 새누리당은 정부가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 공약으로 무상보육을 내년도에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부가 빨리 움직여주지 않으면 대선을 앞두고 국민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5일 “예비비든 지방채 이자보전이든 어떤 방법으로든 빨리 정부가 지원해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당정은 0∼2세 무상보육은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뜻을 같이했다. 여당의 압박에 기획재정부는 지자체들이 정말 재정 여력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다. 재정부 일각에선 지난해까지 적용했던 ‘소득 하위 70%’ 기준을 되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에선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보건복지부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보육정책과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주무부서지만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기 때문.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0∼2세 무상보육 결정을 장차관도 몰랐다. 이 소식을 언론을 통해 아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1월 2일 월요일 회의시간에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한숨지었다”고 털어놨다.

○ “5세 전면 무상보육” 총선 공약 충돌

새누리당이 무상보육을 5세까지 대폭 확대하겠다고 총선 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놓고는 당정 갈등이 더 심각하다. 당 정책위와의 당정협의에서 재정부는 3∼4세 이상에 대해선 소득 하위 70%만 대상으로 하는 게 적정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의 ‘재벌 손자에게 보육비 주냐’는 발언도 여기서 터져 나온 것.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국회 국가재정연구포럼에서 여야 지도부를 앞에 두고 “논어에는 행불유경(行不由徑)이란 말이 있는데 편해 보이는 지름길로 가기보단 정당한 길을 가야 한다는 뜻”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에선 “대선이 6개월도 안 남았는데 정부가 여당의 공약에 대해 이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무상보육#정부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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