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상보육도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재정부 “0∼2세 무상보육 대신 선별적 지원”
실현땐 이례적 ‘복지역진’… 정치권 수용 미지수

정부가 고소득자의 만 0∼2세 자녀에 대한 무상보육 지원을 줄이기로 하고,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9월 말까지 구체적 기준을 확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국회가 정부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0∼2세 무상보육법안을 ‘꼭 필요한 계층에 복지혜택을 집중한다’는 맞춤형 복지, 선별 복지라는 정부의 당초 목표에 맞춰 궤도를 수정한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통상적으로 복지혜택의 경우 수혜 당사자의 반발 때문에 한번 시행하면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드문 ‘복지 역진(逆進)’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조경규 사회예산심의관은 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소득 수준을 떠나 모든 영유아에게 무상보육을 실시하는 데 대해 과도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며 “0∼2세 영아의 보육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득에 관계없이 0∼2세의 보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시스템을 바꿔 고소득자는 보육비의 일정액 또는 전액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또 고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무상보육 지원을 줄이는 대신에 가정양육 지원을 늘려 계층 간 형평성을 맞추고 0∼2세 영아가 어린이집에 지나치게 몰리는 것도 막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재정부는 3∼5세 전 계층에 대한 무상보육은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만 3, 4세 보육료 전액지원 기준인 ‘소득 하위 70%’를 0∼2세에도 적용할지, 부유층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에서 ‘소득 하위 90%’로 기준을 정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소득 하위 70%’는 올해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인정액 524만 원 이하를 뜻한다. 1억 원 이상의 전셋집에 살며 준중형 이상 승용차와 일정 금액의 예금이 있고 월 소득이 250만 원 이상이면 대체로 이 선을 넘겨 전액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이날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무상보육의 선별지원 방안은 ‘잘못된 복지지원은 줄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한국 복지정책 재편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무상보육 축소가 정부 뜻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이 정부의 복지 축소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에서 무상보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 계층 0∼5세 아동에게 양육수당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통합당도 전 계층 무상보육 및 무상급식을 약속했다.

이날 새누리당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전 계층에 대한 무상교육을 반드시 실천할 것이며 어떤 경우에도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총선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무상보육#복지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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