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칙 세무행정, 엉뚱한 사람 잡고… 걷을 세금 안걷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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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 세무행정… 감사원이 공개한 실태는
대상 선정 착오 34명 억울한 조사, 주식평가 잘못… 113억 덜 걷어
세무공무원 21명 징계 요구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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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원칙한 세무행정 탓에 세무조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빠지고 엉뚱한 사람이 대신 세무조사를 받은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주식평가액을 잘못 산정하는 등 113억 원의 세금을 덜 걷은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업무를 잘못 처리한 세무공무원 21명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국세청장에게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했다.

감사원이 1일 공개한 ‘세무조사 운영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중부지방국세청은 2010년 정기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재산이 없는 등 세무조사의 실익이 없는 사람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지침을 잘못 적용해 206억 원의 부동산과 주식을 보유한 사업가 등 14명을 빼주는 대신 조사받지 않아도 될 후순위 14명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서대전세무서는 2010년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납세 성실도가 낮은 사람을 선정하도록 한 지침을 어기고 성실도 분석 점수 하위 1위와 5위의 순위를 마음대로 바꿨다. 결국 성실도 점수가 가장 낮은 사람은 세무조사를 피한 반면 당초 순위가 5위였던 사업자가 세무조사를 받았다.

대구지방국세청은 고용창출 비율이 일정 기준을 넘는 ‘일자리 창출 사업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면제하도록 한 지침을 적용하면서 정작 고용창출비율 산정방법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임의로 계산했다. 그 결과 조사대상에 포함돼야 할 6명은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고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는 6명이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이 같은 세무당국의 엉성한 행정으로 34명은 억울하게 조사를 받게 된 대신 37명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세무조사를 면제받았다. 감사원은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세청장에게 요구했다.

걷어야 할 세금을 징수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중부지방국세청은 2010년 A사의 전직 대표가 비상장주식을 양도한 것에 대해 과세하면서 적정가인 1주당 4만2000원 대신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부과해 3억 원의 증여세를 덜 걷었다. 또 부산지방국세청은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 공익목적 사업에 기부한 것처럼 허위로 신고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해 23억 원의 세금을 덜 징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감사원에서 지적한 사항은 이미 사후조치가 완료됐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무원칙 세무행정#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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