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비대위 활동 사실상 마무리 됐지만…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발언정치’ 이어갈까

  • 동아일보

9일 박근혜와 ‘마지막 오찬’

외부 인사가 주축이 된 당 지도부 체제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출범했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가 4·11총선 승리의 성과를 남기고 막을 내린다.

당 비대위는 2일 새 지도부를 선출할 5·15전당대회 선거인단 명부 의결을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끝냈다. 지난해 12월 27일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출범 초기 당 안팎에서는 6인의 외부 비대위원이 결국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들러리 역할을 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정치 경험이 없는 인사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은 여러 차례 빗나갔다. 비대위가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 쇄신 작업을 진행하는 주요 국면마다 외부 위원들은 이슈를 주도했다. 그 중심에는 비대위 구성 직후부터 ‘이명박 정권 실세 및 전직 당 대표 용퇴론’을 꺼내든 이상돈 위원과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 용어’ 삭제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한 김종인 위원이 있었다.

두 위원의 돌출 발언은 번번이 논란을 일으켰다. 외부 인사 특유의 눈치 안 보기로 ‘MB(이명박)색’ ‘보수색’을 띤 당내 인사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친이계 의원들은 이에 “김종인, 이상돈 위원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내홍으로 인해 새누리당은 한동안 지지율 추가 하락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총선 과정에서 야당의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분리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얘기다. 김 위원이 박 위원장의 의중을 읽고 새누리당의 ‘MB 탈색’을 가속화하는 ‘악역’을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비대위 활동 종료 이후 외부 위원 6명의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3월 사퇴한 김종인 위원을 제외한 5명은 모두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일부는 대선 국면에서 역할을 모색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각종 발언으로 주목을 받은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위원은 언론을 통한 ‘발언 정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박 위원장의 정권 재창출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위원을 제외한 외부 위원에게 입당을 제의했고 이준석 위원은 이번에 입당 신청서를 냈다. 이상돈 위원은 당 쇄신 국면에서 이미 입당했다. 그는 “‘비대위가 끝나면 돌아갈 사람의 무책임한 문제 제기’란 공격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조동성, 조현정, 이양희 위원은 입당을 거절했다. 조현정 위원은 “처음부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트위터에 선언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9일 여의도에서 비대위원들과 마지막 오찬을 함께한다. 김종인 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일 동안 유럽 상황을 둘러보기 위해 4일 출국할 예정이어서 오찬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새누리당#박근혜#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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