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2012 4·11총선]새누리 “100석도 힘들다 했었는데…” … 민주 “국민에 실망드려 죄송”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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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각당 엇갈린 표정
靑, 이재오에 울다 웃어… “현명한 선택 감사”
민간인사찰 등 방어 위해 박근혜와 관계 고심… 선진당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1일 치러진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예상 밖 선전을 확인한 청와대와 여야 정당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야권은 부진을 인정했다.

새누리당이 크게 패하면 ‘책임론’이 불거질 뻔했던 청와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42석 안팎을 챙겨 2004년 탄핵 정국 때 성적을 조금 웃돌았다는 점에서 ‘수도권에서만큼은 패했다’는 평가를 수용했다. 서울 인천 경기는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가 66개 시군구에서 모두 승리했고,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친이계 후보를 앞세워 111석 가운데 81석을 휩쓴 곳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150석 정도의 의석 확보가 예상되던 오후 11시 이후에 “국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현명한 선택을 한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공식 논평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개표 초반 이명박 정부의 2인자였던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2위로 밀리자 깊은 침묵에 빠졌다. ‘이재오 낙선=대통령 심판’으로 받아들여질 상징성 때문이다. 하지만 밤 12시 무렵 이 후보가 승기를 잡자 “수도권 부진 가운데 얻은 값진 승리”라며 안도했다.

청와대는 향후 정국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관계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국방개혁법안 처리, 포퓰리즘 정책 차단 등 역점 사업을 마무리하는 데 박 위원장의 지원 여부가 결정적이다. 또 야권이 민간인 불법사찰, 내곡동 사저 매입 과정 등을 놓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통해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확산하려 할 때 여당의 방어벽이 절실하다. 결국 청와대의 ‘박근혜 의존’ 흐름이 더없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의 충청권 약진과 낙동강 전선 승리 과정에서 청와대의 도움을 받은 게 별로 없다”며 “새누리당이 상황에 따라 야권과 손잡으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국정 장악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익과 미래를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수도권 2040세대에서 확인한 ‘등 돌린 민심’이 여전히 부담이다.

3개월 전만 해도 ‘잘해야 100석’이란 평가를 받았던 새누리당은 이날 저녁 밝게 웃었다. 이혜훈 종합상황실장은 “사람도, 정책도, 이름도 바꾸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오늘에 왔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변화를 위한 쇄신 노력을 국민이 바라는 수준까지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당사는 제1당을 놓친 것이 확인된 뒤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은 “여러 미흡함으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국민에게) 실망을 시켜 드려 죄송하며 책임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당초 60%를 목표로 했던 투표율이 54.3%에 머문 것에 대해 “국민의 실망이 승부의 관건으로 봤던 투표율에서도 나타났다”면서도 “오늘의 결과가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만든 재벌특권경제, 반칙, 비리에 대해 국민이 용인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구 3석 확보에 그친 자유선진당의 문정림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충청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하고자 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4·11총선#새누리당#민주통합당#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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