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21]어정쩡한 11번 박근혜, 알고보니 이유있었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새누리 비례후보 46명

새누리 공천작업 마무리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 공천작업 마무리 정홍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한 뒤 기자실을 나서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전략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발표한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중 상당수가 현장 활동가다. 과거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직능단체 대표나 명망가가 즐비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박 위원장이 이론가보다는 현장 실무형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 대선에서도 현장 실무자들을 전진 배치해 ‘맞춤형 공약’으로 표심을 얻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 주목받는 비례대표 후보


당내에선 10, 12, 13번에 각각 배치된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김현숙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복지와 경제라는 대선의 핵심 이슈를 돌파할 ‘키 플레이어’란 분석이다.

안 교수는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으로 ‘박근혜표 생애주기별 복지’의 골격을 짰다. 조세 전문가인 이 교수와 김 교수는 한정된 국가재정으로 어떻게 박근혜표 복지를 실현가능한 모델로 만들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에 서울 서초을에 전략 공천된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이한구 의원(대구 수성갑) 등이 박 위원장의 ‘원내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채널A 영상] 與과학-野노동계 인사 ‘1번’ 내세워…박근혜 11번, 한명숙 15번

올 대선에선 대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여야의 충돌지점이다. 조명철 통일교육원장을 비례대표 후보 4번에 배정한 것은 탈북자 배려 차원을 넘어 대북 문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14번인 김장실 서울 예술의전당 사장과 20번인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대표 등은 박 위원장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풍성하게 채워줄 ‘문화 서포터’로 평가된다.

박 위원장이 올해 대선에서 아동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와 류지영 사단법인 한국유아교육인협회 회장, 민현주 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각각 당선 가능권인 7번과 19번, 21번에 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 감동 없는 ‘박근혜 11번’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저보다도 당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좋은 분이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올라가시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고 공천위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이 1번을 건의했지만 자신이 고사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 위원장에게 배정한 11번은 ‘어정쩡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친박 관계자는 “1번의 경우 ‘사당화’라는 비난은 받겠지만 총선 결과에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로 비칠 수 있고, 20번대를 받을 경우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11번은 참으로 애매하고 안정 지향적인 ‘감동 없는’ 숫자로 비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선권의 경계선을 택하는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지자 결집을 위해 1988년(11번)과 1996년(14번) 시도한 방법이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대선 경선은 ‘당심’이 중요하며 당심에는 현역 의원들이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박 위원장의 비례대표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여당 대선 후보 중 압도적으로 지지율이 높고,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친박 의원들이 당의 주류가 될 텐데 굳이 의원직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 여론도 있다.

당 국민공천배심원단은 15번에 배정된 이봉화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장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재의를 권고했다. 보건복지부 차관 출신인 이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시 고위 간부를 지낸 친이계 인사다. 2008년 쌀 직불금 불법신청 의혹으로 복지부 차관직에서 물러났으며 당시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새누리 화제의 비례후보 ▼


아동성폭력 방지를 강조해 온 소아정신과 의사, 쌀 가공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주부 등 새누리당이 20일 발표한 4·11총선 비례대표 후보 명단엔 화제의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원자력연구 분야에서 20여 년간 활동하며 남성 과학자들보다 왕성한 연구와 정책 활동을 해왔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일본 규슈대에서 핵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원자력연구소와 이화학연구소를 거쳐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자리를 잡았다. 회원 규모 1000명이 훨씬 넘는 여성과학자 모임인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8대 회장으로 활동해 왔으며 정부의 원자력 정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번은 지체장애 4급인 김정록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에게 돌아갔다. 그는 장애인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중증장애인 40여 명을 고용해 실질적인 장애인의 사회화에 기여한 장애인 기업가다. 중학교 1학년 때 열차사고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한 뒤 줄곧 의족을 사용해 생활하면서도 1회용 주사기와 레저용 차량 타이어 커버 생산업체를 키워왔고 2009년엔 노동부 장애인고용촉진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윤명희 한국농수산식품CEO연합회 부회장(3번)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다 남편의 사업 파산 후 쌀 포장사업을 시작하면서 전업주부에서 여성 CEO로 변신한 인물. 윤 부회장은 2000년 ‘즉석 도정 맞춤쌀’을 표방하는 한국라이스텍을 세워 현미전문 양곡 가공·유통회사로 성장시켰다. 쌀을 씻지 않고 물만 부어 바로 밥을 지을 수 있는 ‘후레쉬 라이스’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우리 농업이 가야 할 길을 찾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현장 전문가”라고 평가했다.

호남 몫인 주영순 목포상공회의소 회장(6번)은 ‘지역 토박이’ 사업가라는 점을 평가받았다. HN철강을 운영하고 있는 주 회장은 그동안 영호남 지역교류와 남북 민간교류 활동 등을 활발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교수(7번)는 성폭력 피해 아동 원스톱 치료센터인 해바라기아동센터 초대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지난 10여 년간 1000여 명의 성폭력 피해아동을 치료한 어린이 심리치료 전문가이다. 일명 ‘나영이 사건’의 피해 어린이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9번)은 1973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사라예보의 신화’를 썼던 체육인으로 일찌감치 물망에 올랐다. 이 전 촌장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30년 지기로 고 육영수 여사가 서거한 뒤 대통령부인 역할을 대신하던 박 위원장이 1975년 ‘육영수 여사배 탁구대회’에서 시구한 것이 계기가 돼 친분을 쌓아왔다.

공천위는 또 손인춘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사를 23번에 배치했다. 손 이사는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인성내츄럴 대표이며 2004년엔 여성부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장실 예술의전당 사장(14번)과 박창식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20번)는 문화예술계 몫으로 문화콘텐츠 강화를 위해 영입한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