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서 北에 퇴짜 맞은 南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통미봉남’ 막으려 北이용호 참석 세미나 급히 참가남북 양자 접촉 시도에 北 냉랭… “외교부 무리수”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민간 세미나에 참가해 남북 당국 간 접촉을 해보려던 한국 정부가 체면을 구겼다. 미 시러큐스대 맥스웰스쿨과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 주최해 뉴욕 맨해튼 밀레니엄플라자에서 7, 8일 이틀간 열린 ‘동아시아의 평화와 협력’ 세미나에서다.

한국 측 6자회담 대표인 임성남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은 행사장에서 몇 차례 마주쳤으나 분위기가 매우 냉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대했던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 간 ‘양자 접촉’은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당초 이번 세미나 초청 대상이 아니었으나 ‘통미봉남’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호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가 주최 측에서 주요 인사로 초청한 이 부상에 대해 지난주 비자를 발급하자 한국 정부도 급히 주최 측에 참여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주최 측은 북한 측의 동의를 구했고 북한 측이 이때만 해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대표단이) 뉴욕에 도착하기 전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울 것으로 보였으나 실제 행사장에 와보니 북한 측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여기엔 최근 악화된 남북 관계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인천의 한 부대에 걸린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비난한 구호를 문제 삼아 연일 한국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런 기류 변화를 놓치는 등 정확한 정세를 읽어내지 못한 채 세미나 참석에만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부상은 8일 세미나 1세션 회의 기조연설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핵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상은 이 같은 ‘선(先) 북-미관계 해결, 후(後) 북핵 해결’이 새로운 북한의 협상 방식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국 측 참석자들은 비핵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임 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남북대화를 제의했으나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유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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