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나는 ‘농어촌 지역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경남 남해-하동)를 없애는 선거구 획정안에 항의하다 국회 경위들에게 끌려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정수가 300석이 됐다. 여야는 27일 19대 총선에 한해 국회의원 정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린 국회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 지역구를 신설하는 대신 영남(경남 남해-하동)과 호남(전남 담양-곡성-구례)에서 각각 1석씩 줄이기로 한 것이다. 단 1석이 늘었지만 국회의원 정수는 정치권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져 온 300석을 돌파하게 된 셈이다.
국회의 선거구 획정은 잘 짜인 각본처럼 진행됐다.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74명 중 찬성 92명, 반대 39명, 기권 43명으로 가결됐지만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영남과 호남 의석수를 지키기 위한 ‘꼼수의 극치’를 보였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구편차(최대 3 대 1)에 근거해 지역구 8석을 늘리고 5석을 줄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는 3개월 동안 허송세월을 했다.
핵심은 비례대표였다. 새누리당은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 지역구로 신설하는 대신 비례대표 3석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야권연대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비례대표를 절대 줄일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이에 따라 2월 국회는 파행을 거듭했다. 본회의 일정은 연이어 연기됐고 민생법안은 처리될 기회도 없었다.
여야는 16일에야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신설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나름대로 정치권 밥그릇 싸움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것. 문제는 그 이후였다. 여당은 새로운 버전으로 영남 1석, 호남 1석, 비례대표 또는 서울 지역구 1석을 줄이자고 주장했고 야당은 영남에서 2석, 호남에서 1석을 줄이자고 맞섰다.
결국 중앙선관위원회가 16일 마지못해 나섰다. 여야가 ‘핑퐁게임’만 계속하고 총선 자체에 지장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증폭되자 선관위가 총대를 멘 것이다. ‘19대 총선에 한해 일시적으로 의석수를 1석 늘리자’고 중재안을 낸 것. 한마디로 비례대표를 줄이지 말고, 여야가 영남과 호남 1석씩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여야는 선관위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엔 의석수를 300석으로 늘릴 수는 없다며 난감한 척했지만 선관위 제안을 수용하는 데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여야 정개특위 간사는 27일 슬그머니 선관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진행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국회 정개특위와 법사위,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대로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된 것이다. 통합 대상이 된 경남 남해-하동의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이 보좌관들과 함께 회의장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처리를 반대하며 몸싸움을 벌였지만 회의장 밖으로 쫓겨 나갔다.
여야는 최대 인구편차를 3 대 1로 맞춰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며 경기 용인과 수원, 충남 천안 등 일부 선거구에 대한 경계도 임의로 조정했다. 경기 이천-여주의 경우 여주는 인근 양평-가평 선거구로 합쳐졌고, 충남 공주-연기의 경우 연기는 세종시 선거구로 편입시켰다. 이처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됨에 따라 이미 선거구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들은 다시 선관위에 등록을 해야 한다. 여야는 변경된 선거구의 경우 공천 신청 절차를 별도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국회의원 정수가 처음으로 300석이 됐다”며 “결국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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