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명숙 정치적으론 유죄” vs 野 “MB정부, 盧보다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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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대야 공세의 고삐를 바싹 조이기 시작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폐기를 내세운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말 바꾸기에 대한 공격이 4·11총선을 앞둔 여론전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했다고 판단한 새누리당은 이번엔 ‘법치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문은 검사 출신의 주광덕 당 비상대책위원이 열었다. 주 비대위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치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국정을 맡길 수 없다”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그는 그 근거로 민주당 한명숙 대표와 임종석 사무총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위한 이른바 ‘정봉주법’ 추진을 들었다.

주 비대위원은 “(한 대표는) 증거불충분으로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전혀 죄가 없다고 확인된 건 아니다”며 “정치적으론 아직 상당 부분 유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한 대표의 여동생이 한신건영 전 대표 한만호 씨의 수표 1억 원을 사용했고, 한 대표 부부 계좌에서 출처 불명의 현금 2억여 원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한 대표의 유죄를 주장해 왔다.

또 주 비대위원은 “(한 대표가) 임 사무총장을 임명한 것 역시 법질서를 세우는 데 역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임 사무총장은 삼화저축은행에서 1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봉주법에 대해서는 “허위사실마저 무제한 보장하자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이는 국격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새누리당 정홍원 공직후보자추천위원장도 “20일부터 시작되는 공천 면접심사에서 도덕성에 가장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정체성’을 내세운 민주당에 맞서 ‘도덕성’과 ‘법치주의’를 앞세워 차별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 위원장은 “체크리스트 등 이미 관련 자료를 다 받았기 때문에 면접심사에서는 후보들에게 (도덕성과 관련한) 소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공천 신청자들에게 △병역 △전과 △재산 형성 △납세 △직무윤리 △사생활 등과 관련한 140개 문항의 자기검증 진술서를 내도록 했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무기력했던 새누리당의 이런 ‘자신감’은 한미 FTA 전선(戰線)에서의 성과 때문이다. 현재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는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 지도부의 과거 발언이 정리된 동영상이 여럿 올라와 조회 수가 수십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한미 FTA에 반대하더라도 수시로 말을 바꾸는 민주당은 불안하다는 정서가 퍼지고 있다”며 “법을 무시하는 민주당의 행태도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새누리당의 ‘불안 마케팅’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 민주 ‘MB vs 反MB’ 구도로 ▼

민주통합당이 4·11총선을 앞두고 현 정부의 ‘실정(失政) 심판론’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9일 국회에서 ‘MB 정부 역주행 4년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경제 실적에서 노무현 정부보다 못한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우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했던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 총선 구도를 ‘MB 대 반(反)MB’ 프레임으로 만들겠다는 것.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현 정부의 성격을 ‘돈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물신주의,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선적 국정운영, 민주적 절차의 무시, 공공성 확보 실패’로 규정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실정의 분야는 △민생경제 파탄 △권력형 비리로 얼룩진 부패 △민주주의와 인권 후퇴 △남북대결 지속 및 한반도 평화 위기 △불공정·무원칙·정실 인사와 소통부재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파괴 등 국정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 총선을 전방위 정권 심판론으로 전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은 각종 경제통계를 제시하며 노무현 정부 때보다 지표가 악화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성장률은 이명박 대통령이 매년 7% 성장 공약을 내걸었으나 재임 4년 평균 3.1%에 그친 반면 노무현 정부(매년 7% 공약)의 5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현 정부 4년 평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이 한미 FTA를 처음 추진했고, 새누리당이 “민주당이 한미 FTA에 대해 말을 바꾸고 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총선 이슈로 가져가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0∼29일 총선 후보자 경선을 위한 국민선거인단을 모집한다. 후보자들이 벌써부터 선거인단 참여를 호소하는 문자메시지와 e메일을 무차별 발송하는 등 과열 현상도 벌어져 불법경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선거인단 참여는 콜센터(1688-2000), 홈페이지(2012win.kr), 스마트폰(m.2012win.kr)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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