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터놓고 톡]<1>‘친노의 부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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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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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노무현계 “인간존엄 가치의 회복” vs 親이명박계 “대한민국의 미래 암울”

《 기막힌 역전이다. 2007년 대선 패배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는 듯했던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전면에 나섰다. 역설적이게도 친노 세력을 해체 위기로까지 몰고 갔던 이명박 정부와 친이(친이명박)계가 친노 부활의 일등공신이란 분석이 많다. 친노계와 친이계의 핵심 인사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진단, 상대에 대한 평가 등을 들었다. 》
○ ‘親노무현계’ 양정철 前홍보기획비서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48)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공보비서를 시작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꼬박 5년 동안 근무했다. 당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반격하는 등 온몸으로 친노 입장을 대변했다. 4월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그는 최근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양 전 비서관은 ‘노무현적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데 대해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반(反)이명박’ 정서에 기댄 측면이 커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반사이익이라 해도 반갑지 않나.

“재평가가 지나치게 빨리 이뤄졌다. 민심이란 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노 전 대통령의 ‘비전 2030(복지정책)’이나 지역균형발전’ 등은 오랜 시간을 갖고 연구됐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인간적 풍모보다는 철학과 가치가 조명을 받아야 한다.”

―‘친노의 부활’도 반사현상으로 보나.

“부인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이나 친노가 특별히 뭘 잘해서가 아니지 않나. 참여정부 출범 후 조롱이 섞인 용어로 변질됐지만 친노는 ‘노무현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노무현의 가치란 뭔가.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것, 수사권 등을 보복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뜻한다. 평화도 중요한 노무현의 가치다.”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것이 노무현의 가치”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국민과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 것이 노무현의 가치”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노 전 대통령 임기 말 열린우리당과 현재의 새누리당을 비교한다면….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순전히 ‘이명박 바람’에 기대 배지를 단 사람들이 이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자 탈당을 요구하고 당명을 바꿨다. 과거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멀쩡한 당을 깨 신당을 만든 것처럼. 그러나 지킬 것은 지켜야 국민이 평가를 하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경험자로서의 충고다.”

―친노와 친이의 차이가 있다면….

“친노는 가치를, 친이는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이다.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에 30여 명이 따라 내려갔고,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300여 명이 모였다. 이 대통령 퇴임 후 모일 친이가 몇이나 되겠나. 그런 의미에서 죽 이 대통령 곁을 지키고 있는 이동관 특보(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를 높이 평가한다.”

―노 전 대통령은 진보주의자였나.

“진보주의자라기보다는 원칙주의자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라크 파병 등은 진보진영이 반대했던 사안 아니냐.”

―참여정부를 돌이켜봤을 때 아쉬움이 있다면….

“뜻이 좋았다 해도 과정에 미숙함이 너무 많았다. 강박이 심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걸 이루려 했다.”

―참모 시절엔 비판 언론을 향해 “저주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까지 했는데….

“누군가와 척지는 그런 역할을 또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親이명박계’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정치 과잉 집단인 친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는 정치 결핍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형환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정치 과잉 집단인 친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는 정치 결핍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친노 세력의 화려한 부활을 지켜보는 새누리당 내 친이계 의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공교롭게도 친노 세력의 재등장과 엇갈리며 친이계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각한 민심 이반과 함께 사실상 와해의 길을 걷고 있다. 친이계 핵심으로 당 대변인을 지낸 안형환 의원(49)은 “태풍이 와도, 흉년이 와도 ‘대통령 탓’인 한국적 대통령제의 한계로 어느 정권이라도 국민의 모든 불만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큰 변화 없이는 이런 ‘스윙 현상’이 5년마다 반복될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안 의원은 “정치 과잉 집단인 친노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는 ‘정치 결핍’이 문제였다”고 두 세력을 비교했다.

―한때 폐족(廢族)을 자처했던 친노의 부활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失政) 탓 아닌가.

“실정이란 표현에 동의하기 어렵지만 국민의 불만이 큰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은 억울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정권 초반부터 자기 실력을 보여줄 기회 없이 세계적 경제위기와 사실상의 정권퇴진 운동인 광우병 시위 등 외부 충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반면 중산층 몰락, 경제위기 같은 시대상황이 친서민 이미지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와 노무현 신화가 재탄생하게 됐다.”

―친노 세력의 재집권 가능성은….

“젊은 세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 선전도구에 익숙한 친노를 정치공학 기술에서 당할 수가 없다. 전국을 몰려다니면서 시위를 하고, 대한민국을 흔드는 목소리 큰 사람들 중 친노 성향이 많다. 보수세력은 그만한 동원 능력이 없다. 친노에 유리하고 새누리당에 불리한 정치구도다.”

―친노가 돌아오면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

“친노가 과거의 잘못을 고치지 못한 채 다시 등장할 것이 우려된다. 과거의 투사들이 대거 국회에 들어오면 합의·토론 문화가 퇴행할 수 있고, 정권을 다시 잡고 극심한 포퓰리즘으로 국정 왜곡을 할 경우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울해진다.”

―친노 세력은 굳건히 노 전 대통령을 지켰지만 친이계에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두 그룹의 구성 자체가 다르다. 친노는 운동권 출신의 정치·이념그룹으로 노 전 대통령과 오랜 동지적 결합체였다. 친이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치적 탄압 아니었나.

“수사 방법에서 잘못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사가 중단됐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최종적으로 밝혀졌다면 친노 세력은 감당할 수 없는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친노를 살리고 간 거다.”

―노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당시 세계적인 호황기의 호기를 놓쳤다. 권위주의 청산이 아니라 기본적인 권위마저 붕괴시켜 한국 사회를 경박하게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매력 때문에 아직도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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