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좌우하는 지역여론에 올인… ‘주민 동원’ 부작용
與 “어디서 몇표 줄지 제출”… 사실상 불법 사조직 부추겨
선거법위반 고발 18대의 3배
4·11총선의 가장 큰 특징은 공천 방식의 변화다. 여야 모두 공천권을 유권자들에게 돌려주겠다며 국민참여경선 확대를 약속하고 나섰다. 정당정치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해소하려는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우려만 커지고 있다. 국민참여경선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오히려 금품 제공이 난무하는 등 구태정치가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선 가능성을 공천의 제1기준으로 내세운 정당들이 후보들에게 ‘경쟁력을 수치로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진흙탕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22일 검찰에 고발된 경기 지역의 한 예비후보 A 씨는 선거조직을 만들어 달라며 지난해 12월 중순 지역 인맥이 넓은 B 씨에게 300만 원을 건넸다. 보름 뒤 A 씨는 B 씨를 다시 불러 500만 원을 또 쥐여 줬다. 선거조직 구성을 서둘러 달라는 이유에서다. A 씨는 더 나아가 이 지역 유권자 1000명에게 당원 가입 신청을 대가로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런 불법 행위는 국민참여경선에 대비한 조치였다는 게 A 씨 측 설명이다.
일반 유권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든, 체육관 선거든, 모바일 투표든 경선을 치르려면 결국 조직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조직선거를 막겠다며 정당들이 경선 규모를 키웠지만 후보들은 조직을 포기하는 대신 오히려 더 큰 조직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동원 선거의 구태를 정당이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부터 공천 신청에 들어간 새누리당은 이력서에 ‘주요 지지기반’을 적도록 했다. 그것도 ‘확실한 득표 가능 표수를 적어 넣으라’며 예시까지 들었다. ‘○○산악회 회원 5000명 중 2000표’ ‘○○클럽 1000명 중 200표’ 하는 식으로 정리해 총유권자 중 자신의 표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라는 것이다. 정당이 불법 사조직을 조장하는 셈이다.
새누리당의 공천신청서에는 이런 문항도 있다. ‘주변에 입당을 권유하여 가입시킨 사람은 몇 명입니까?’ 스스로 결격 사유가 없는지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자기검증진술서 122번 문항이다. 공천신청자들 사이에서는 “자기검증과 입당 권유가 무슨 상관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 선관위 “금품 전달자도 자수하면 죄 감경-포상금” ▼
6일 현재 19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출마 예정자는 모두 1716명이다. 전체 지역구가 245곳인 점을 감안하면 7 대 1의 경쟁률을 보인다. 이는 18대 총선 당시 예비후보 경쟁률 8.3 대 1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18대 총선 당시엔 예비후보들에게서 기탁금이나 전과 기록 등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등록이 쉬웠다. 이번에는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기탁금만 300만 원을 내야 한다. 제출해야 할 서류도 까다로워졌다. 그냥 쉽게 나선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선거법을 위반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건수가 2008년 18대 총선 당시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선거일을 65일 남긴 시점에서 18대 총선 당시 검찰 고발은 18건이었다. 이번에는 56건으로 3배나 많다. 특히 금품 제공으로 고발된 건수가 전체 고발의 84%인 47건이었다. 예비후보가 아닌 운동원들이 마구잡이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돌렸다가 적발된 사례도 67건에 이르렀다. 18대 총선 때(26건)와 비교해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금품을 받은 사람뿐만 아니라 중간에 전달한 사람도 자수하면 죄가 감경되고 포상금까지 받을 수 있어 내부고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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