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석 외교부 에너지 자원대사 “CNK 보도자료 낸 날 박영준에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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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朴이 자료내라 지시”
지금은 “오래전 일 기억안나”

씨앤케이(CNK)가 카메룬 정부로부터 다이아몬드광산 개발권을 얻었다는 사실을 주카메룬 한국대사관에서 외교통상부 본부로 보고한 직후인 2010년 12월 17일 오전 김은석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박영준 당시 지식경제부 2차관에게 같은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외교부 대사가 보고라인도 아닌 지경부 2차관에게 직보한 것이다. 이 보고 뒤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날 오후 1시 50분경 의혹의 시발점이 된 외교부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 관련’ 보도자료가 나왔다. 이 보도자료 배포는 김 대사가 주도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차관이 보도자료 배포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지 한 달 뒤인 지난해 1월 김 대사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을) 박 차관과 논의했다. 박 차관이 ‘김 대사가 외교부에서 보도자료를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대사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래된 얘기라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생각나지 않는데, 1년 전 얘기를 물어보나….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사는 “(CNK가) 개발권을 획득한 날 아침 박 차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고 시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주카메룬 대사관은 12월 17일 오전 개발권 획득 사실을 본부에 전문으로 보고했다. 당시 보도자료 작성 과정을 알고 있는 관계자는 “보도자료는 에너지자원대사실이 제공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안다. 김 대사가 내용을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는 17일 오전 외교부 회의에서 보고되고 결재됐다.

한편 박 전 차관은 18일 한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김 대사가)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몰랐다. 난 지경부에 있고 김 대사는 국무총리실에서 다시 외교부로 돌아갔으니까”라고 말했다. 박 전 차관과 김 대사는 각각 총리실 국무차장, 총리실 외교안보정책관을 지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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